초여름과 새벽과 떡잎,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갓 나은 송아지와 첫 걸음마를 떼는 어린 아이와 아직 펴지 않은 새 책…. 모두 찬란한 것들이다. 그 앞에서는 몸뚱아리의 기능만으로 작용하던 심장도 전혀 다른 피를 받아들이느라 환해지고 싸해진다. 그 피에 섞여 들어간 것, 찬란한 그것은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잊고 사는 천국(혹은 그 이름을 달리하는 세계들)의 그것이 아닐까. 무엇보다 그것들 속의 어떤 점이 우리 가슴을 뛰게 하는지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우니 한 번도 가 볼 수 없는 천국(天國)의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그것은 지극히 짧은 시간만 허락되며 세속의 욕망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우리를 살게 한다고 믿는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순간일 테니 더구나 그렇다. 지혜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제 것으로 삼는 것이리. 지금 우리들의 '에덴은 슬픔에 빠진' 상태이나 둘러보면 떡잎은 수없이 지속적으로 피어나고 지나가니 순간을 놓치면 영원을 보지 못하리.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그림:오어진/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