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돌로 모자를 눌러놓다


바람에 날아가려는 모자를 돌로 눌러놓았다.

바람에 날아가려는 모자를 신발로 눌러놓았다


모자―  얘는

변심과 변덕과 배신을 밥 먹듯 하는

머리를 두둔하는 종자라

아상과 아집과 교만으로 가득 찬 머리를 추종하는 종자라


꼼짝도 못하게

나는 신발로 모자를 눌러놓았다 /유홍준


   모자는 머리 위에 쓴다. 모자를 머리 위에 살짝 얹는 사람도 있고, 푹 눌러쓰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머리 위에 모자를 쓰면 어딘가 딴 곳으로 바람처럼 가고 싶다. 휘파람을 불며 객지로라도 쏘다니고 싶어진다.

   모자는 머리에 얹어 머리를 덮는다. 모자는 머리를 두둔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머리는 굵어지면서 굳어진다. 변덕과 아집이 더욱 완고해진다. 이랬다저랬다 잘 변하고, 업신여기는 고약한 버릇이 생긴다. 이 생각과 판단을 떼놓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시에서는 모자를 돌로 신발로 눌러놓는다. 못된 성미가 생긴 머리를 편들어 주고 역성을 들어주는, 머리의 추종자인 모자를 냉대한다. 무거운 돌로, 닳은 신발로 눌러놓은 모자는 참으로 볼품없게 되어 버렸다. 봄바람이 불어와도 홀로 꼼짝 못하게 되어 버렸다.

   /문태준:시인//조선일보

'시 두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春事(춘사)봄날에  (0) 2014.03.09
밥집 여주인의 봄날  (0) 2014.03.08
이명  (0) 2014.03.06
어떤 찬란한 것도 오래가지 못하리  (0) 2014.03.05
題錫汝壁 꽃씨  (0) 2014.03.04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