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잎

시 두레 2014. 2. 27.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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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 잎


낮은 山도 깊어진다.

비안개에 젖어 무수히 피어나는 속잎,

연하디연한 저 빛깔 사이에 섞이려면

인간의 말의 인간을 버리고

지난겨울 인간의 무엇을 받아들이지 않아야 했을까?

 

핏줄에 붙은 살이 더러워 보인다, 잎과 잎 사이

벌거벗고 덜렁거릴 것 덜렁거리며 서 있을수록……


잎, 잎, 무성하거라 무성하거라 무성하거라

한여름 山 속에 미리 들어와 마음을 놓는다. /신대철


    돌아보니 어느덧 녹음이 두터운 성(城)을 이루었다. 그 건너편의 풍경이 가려지니 좋다. 분명 인간 세사(世事)의 혈압을 자극하는 것이렷다. 산(山)은 인간사에 다친 마음을 치유한다. 우리는 산속에 들어 "이곳이 나의 출처(出處)이지" 하며 안심한다. 마음속 영원한 어머니의 자리다.

    나무의 연한 속잎들의 빛깔은 그대로 우리가 잃은 마음의 빛깔이다. 말의 때에 찌든 마음, 말의 노예가 된 마음, 아무런 울림이 없는 마음. 그곳에 메아리가 깃들도록, 그곳에 싹이 돋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산으로 향하곤 한다. 물소리 새소리가 찢긴 마음을 봉합한다. 모두 벗고 '덜렁거릴 것 덜렁거리며' 서 있노라면 받아들이지 않았어야 했을 인간사의 유혹들도 나타난다. 치유와 반성의 자리가 바로 '세속' 아닌 '산속'인 것이다. 마음 끝에 연두의 싹이 돋아나온다.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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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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