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 때 여항(閭巷)의 시단을 이끌었던 유하(柳下) 홍세태(洪世泰·1653 ~1725)의 시다. 해가 바뀌고 대보름이 다가오는 철, 양지바른 곳에는 쌓인 눈이 먼저 사라졌다. 겨우내 틀어박혀 있다가 가까운 들판으로 나와 조금 걸어본다. 소보(小步)란 원제목이 참 정겹다. 날이 풀려 기러기가 북으로 돌아가기 좋게끔 창공은 드넓고, 죽은 듯 누워 있던 버들이 다시 일어나게끔 얼음이 풀려 시냇물이 다시 흐른다. 풍경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라도 새봄 맞는 철인 것은 틀림없다. 젊은 애들처럼 행락 분위기에 휩쓸릴 수야 없지만 술동이를 받아놓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쯤은 당장이라도 하고프다. 적설이 풀려 새봄맞이 소보를 내디디니 찌뿌듯하던 몸과 마음도 활기를 되찾는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 교수 /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