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꽃철, 산골에서 하룻밤 묵는 날인데 마침 비바람이 친다. 중국 당나라 시인 맹호연(孟浩然)의 그 유명한 '밤 비바람 소리, 꽃 다 지겠네(夜來風雨聲 花落知多少)'라는 구절 그대로다. 시가 있어 그나마 꽃이 다 지는 아쉬움은 덜하다. 그 옛날의 인간 성정(性情)이 지금 우리 마음 그대로임을, 그래서 천년을 사이에 두고도 교감하고 있음은 얼마나 다행인가.
꽃이 지자 꽃자리에 녹음이 밀린다. 연록색 새 잎사귀들이 일제히 튀어나오니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그 안이, 놀라워라. 궁궐이다.(잎맥 속의 그 서까래를 보아라!) 궁궐은 다시 나뭇가지 전체의 호수가 되고 호수 위로 낱낱의 이파리는 튀는 물고기다. 탱탱한 생명의 상승 상승, 위로만 쏜 화살처럼 도약의 기운으로 넘쳐난다. 녹음 밀리는 지금 여기 나뭇잎 하나 속에서 발견하는 우주(空)의 파노라마가 가히 숨 가쁘다.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