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길이 나를 들어올린다


구두 뒤축이 들렸다 닳을 대로 닳아서

뒤축과 땅 사이에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 한 공간이 생겼다

 

깨어질 대로 깨어진 구두코를 닦으며

걸어오는 동안, 길이

이 지긋지긋한 길이

나를 들어 올리고 있었나 보다

 

닳는 만큼, 발등이 부어오르는 만큼 뒤꿈치를 뽈끈

들어 올려주고 있었나 보다

 

가끔씩 한쪽으로 기우뚱 몸이 기운다는 건

내 뒤축이 허공을 딛고 있다는 얘기

허공을 디디며 걷고 있다는 얘기

 

이제 내가 딛는 것의 반은 땅이고

반은 허공이다

 

그 사이에

내 낡은 구두가 있다      /손택수


   아버지의 오래된 구두나 마루 밑에서 발견하게 되는 삭아가는, 정작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낡은 군화를 생각하면 서글퍼진다. 그것은 한 뒤처진 인생이 남긴 자서전과 닮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현관에 뒹구는 내 신발의 뒤축이 비스듬히 닳아 있는 것을 보았다. 감추고 싶은 상처를 들킨 듯 허전하고 민망하고 한편으로 마음이 쓰렸다. 나의 생활, 나의 피곤, 나의 빈곤한 철학, 나의 시간, 내 외진 모든 길의 풍화작용이리라. 그것은 길이 나를 조금씩 허공으로 밀어올리고 있는 것임을 이 시를 통해 알았다. 구두가 다 닳아서 맨 나중에는 내가 훨훨 날아갔으면 좋겠다.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조선일보

'시 두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小步(소보) 조금 걸어본다  (0) 2014.02.25
녹음  (0) 2014.02.24
발자국  (0) 2014.02.22
마음  (0) 2014.02.21
兩手(양수) 양손  (0) 2014.02.20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