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에게

시 두레 2014. 2. 28.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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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에게 

자꾸 뒤로 물러서는 파도를 보면

나도 좀 뒤로 물러서야 할 것 같다


뒤로 뒤로 물러서서

물의 발자국을 바라보아야 할 것 같다


어깨를 두드리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진실로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

내가 나에게 한번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앞으로만 내닫는 바퀴에게

막무가내 뭉개어진 저 길가의 꽃들을

오롯이 한번 보여줘야 할 것 같다 /문정희


   물러서는 일은 무엇인가. 있던 자리에서 뒤나 옆으로 한 걸음 비켜서는 일은 무엇인가. 나서지 않고 내놓는다는 것 아닌가.

   물러서면 해변에 어지럽게 난 발자국이 보일 게다. 바다가 통째로 제대로 보일 게다. 문정희 시인은 시 '짐승 바다'에서 출렁이는 바다를 '내 안에서 일어서고 / 내 안에서 무너지는 / 천둥의 깊이'라고 썼다. 물러서면 물결의 높이와 수심(水深)이 보일 게다. 하나의 바다인 나의 충동과 강렬한 움직임이 보일 게다.

   앞으로만 구르는 바퀴에는 물러섬이 없다. 물러섬을 모르는 이는 오로지 매섭고 사납기만 하다. 헤드라이트를 켠 그의 눈에 길가에 핀, 키 작고 연약한 꽃이 보일 리 없다. 오토바이 바퀴처럼 다만 질주(疾走)하는 이는 금속성 굉음처럼 섬뜩하다.

    /문태준:시인 /그림: 유재일/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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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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