素饌(소찬)

시 두레 2014. 1. 23. 05:23

 

글 찾기(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素饌(소찬)


            오늘 나의 밥상에는

            냉이국 한 그릇.

            풋나물무침에 苔(신태).

            미나리김치.

            투박한 보시기에 끓는 장찌개

 

            실보다 가는 목숨이 타고난

            福걤(복록)을.

            가난한 자의  盛饌(성찬)을.


            默禱(묵도)를 드리고

            젓가락을 잡으니

            혀에 그득한

            자연의 쓰고도 향깃한 것이여.

            경건한  봄의 말씀의 맛이여. 

                 /박목월(1916~1978)


    새로 오는 계절은 고대하던 손님과 같아서 마당도 쓸어야 할 것 같고 동네 길목의 묵은 먼지들도 선행(善行)의 가식을 무릅쓰고라도 치우고 싶다. 봄맞이 창문을 닦으며 가슴 속 저 깊은 데서부터 피어오르는 한 표정을 본다. 내 가진 가장 좋은 얼굴이 나오고, 그 위에 사랑하는 이의 얼굴이 얹히고, 그 위에 미나리의 빛깔과 냉이의 맛이 스민 표정. 아, 겨울은 얼마나 춥고 힘겨웠던가. 이제 다시 살아보라고 햇살과 바람은 소곤거린다. 새봄 아침의 소찬, '웰빙'이라던가? 하는 천박한 포장이 덮어버리고 만, 가난과 겸손과 '말씀'으로까지 이어지는 이 명징한 밥상.

    밥상이 '그분의 말씀'인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 말씀을 아무렇게나 버리는 시대여. 너무 큰 밥상 앞에서 가책을 느끼지 않는 자, 희망이 없으리.   /장석남·시인·한양여대 /조선일보

'시 두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4.01.25
雪月(설월)  (0) 2014.01.24
피곤한 하루의 나머지 시간  (0) 2014.01.22
눈 내리는 밤  (0) 2014.01.21
유혹  (0) 2014.01.20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