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08.131223 말씀을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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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하지 마라, 즈카르야야.
너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
너도 기뻐하고 즐거워할 터이지만
많은 이가 그의 출생을 기뻐할 것이다.
그가 주님 앞에서 큰 인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포도주도 독주도 마시지 않고
어머니 태중에서부터 성령으로 가득 찰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을
그들의 하느님이신 주님께 돌아오게 할 것이다.
그는 또 엘리야의 영과 힘을 지니고 그분보다 먼저 와서,
부모의 마음을 자녀에게 돌리고,
순종하지 않는 자들은 의인들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하여,
백성이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게 할 것이다.”
즈카르야가 천사에게,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늙은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 하고 말하자,
천사가 그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하느님을 모시는 가브리엘인데,
너에게 이야기하여
이 기쁜 소식을 전하라고 파견되었다.
보라, 때가 되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
이 일이 일어나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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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즈카르야에게
가브리엘 천사를 보내시어
아기가 태어날 것이라고 말씀하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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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즈카르야는
이를 믿지 못하여 벙어리가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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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믿을 수 있도록
표징을 내리신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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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른 표징도 많을 텐데
왜 하필 그를 벙어리가 되게 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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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철학의 스토아학파를 창시한
철학자 제논은 이런 말을 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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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두 개의 귀와 한 개의 입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욱더 많이 듣고 적게 말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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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듣기보다는
말하기를 더 좋아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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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듣는 것에 소홀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릴 수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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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람들 사이의 대화에서
다툼이 일어나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바로 듣지 않는 태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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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과 우리의 관계에서도
‘들음’은 참으로 중요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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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믿음은 들음에서 온다고
하였답니다(로마 10,1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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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에서
즈카르야가 벙어리가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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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그는
자신의 뜻과 생각에만 머무른 나머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도
믿을 수가 없었던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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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
그는 들어야 한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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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침묵 안에서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을 보고
그분의 뜻을 알아들어야 하는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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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는 벙어리 상태에서
엘리사벳에게 주어진 놀라운 잉태를 지켜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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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벙어리가 되기 직전에
‘불신의 말’을 했던 그가 입이 열리자마자
하느님에 대한 ‘찬미의 노래’를 부릅니다
(루카 1,67-79 ‘즈카르야의 노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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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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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벙어리가 되어야 하는 때가
많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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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믿어, 표징을 읽어내고
찬미를 드려야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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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