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때가 묻어 반질거리나 지팡이 머리,
돌부리 할퀴어 찢어졌나 지팡이 끝.
천 리를 돌아 비로봉 꼭지 꽂아 쉬니,
태자의 삼베옷이 지팡이에 걸린 듯.
세월을 파서 바위 뚫어 명주 꾸리 닿고,
바람을 몰아 나무 숨겨 바위 가르고,
먹구름을 내려서 물을 주고 방울져서,
구룡연 용소 돌아 ‘옥류동’을 흐르네.
하늘 뚫으려 깎았나 바다를 보려 솟았나,
만물 만들어 세상을 짜니, 자리 모자라,
봉우리 늘려 골짝 메우니 물길 푸르러,
물 위에 비친 만물상 구름 한 점 맞네.
뻗은 마루 부엌에 닿아 도시락 나란히,
아침밥 수저 놓았는데 어느새 시장하네.
동생들 선물은 언제 고르나 오늘뿐인데,
‘온정리’ 소나무 숲에 물안개 펼쳐지네.
정거장 뾰족탑 유달리 소나무 키 재고,
자갈 마당 줄을 서니 소나무 시샘하네.
기차 소리 울릴 때 어머니 보이는 데,
‘외금강역’ 떠나 눈 드니 어느새 동해.
지금은 배로 간다는데 기차가 좋은걸,
비행기보다 아직은 기차가 더 좋은걸,
선실 침대보다 ‘온정리’ 마루방 좋은걸,
이제 가본들 옛적 금강산만 할 것인가.
나더러 고향을 땅 밟으라니, 답답하네.
나더러 고향 산 보라니, 말 문 막히네.
나더러 고향 사람 만나라니 기막히네.
나더러 묘소 보라 하니, 한숨 커지네.
간들, 산이 가려 볼 수 없는 내 고향.
가도, 길 막혀 밟을 수 없는 고향 땅.
바닷길 못 미치고 기찻길 못 미치는.
금강산 끝 ‘백정봉’ 내 고향을 모르네.
관동 팔경 ‘총석정’ 모르니 억울하다.
‘금란 연대봉’ 외면, 모두가 하나인걸.
바닷길 간다면 배 위에서 관망하련만.
파도 높이, 안개 가려도 뚫어 보련만.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