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소 등에 올라탄 암탉도 이젠 볼 수 없고
텃밭 울만 맴도는 수탉도 아예 먼 날 됐고
사철 입던 흰옷도 백지장 되어 꽤 눈 설다.
흙길 찾아 헤매도 워낭이 배인 음 귀 설고
어딜 가도 들리던 갓난애 울음 귀 안 울고
종탑 높던 교회도 종소리 숨겨 귀 멘 소리.
담장 돌면 스미던 우리네 된장 내 못 맡고
노을 붉게 물들여 익혀낸 여물 향 안 나고
더미 커진 두엄이 뿜었던 거름 내 통 없다.
둥지 찾아 더듬던 손길엔 달걀 한 개 없고
한지 발린 여닫이 문고리 잡을 짓 통 없고
작두 딛던 겨울철 볏짚도 만질 일 영 없다.
흐른 세월 되잡아 그리운 얼굴 나 손 놓고
옛것 없는 이즈음 멍하니 홀로 긴 날 나고
시방 어찌 된대도 곰곰이 맑은 날 꿈 꾼다.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