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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양조 (百年兩朝)

기대승(奇大升·1527~1572)이 오래된 벼루를 노래한 ‘고연가(古硯歌)’의 한 대목이다. “굳은 재질 천지의 빼어난 기운 다 뽑았고, 속은 비어 만물 변화 모두 받아들인다네. 온전한 덕은 갈고 물들임 시험해볼 수 있고, 고요한 그 모습은 구르고 옮김 아예 없다(剛材儘挺一元秀, 虛中欲涵萬物變. 德全自可試磨涅, 容靜未必從輾轉).” 단단한 벼루 돌에 천지의 빼어난 기운이 단단하게 뭉쳐 있다. 하지만 속이 텅 비었으므로 무엇이든 다 받아들일 수가 있다. 이것이 온전한 덕의 모습이다. 연지(硯池)에 맑은 물을 붓고 먹을 갈면 어느새 진한 먹물로 변하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면서도 벼루는 묵직하게 놓인 채 움직이지 않는다.

 

그는 벼루를 보면서 자꾸 인간의 덕성을 겹쳐 읽는다. 굳고 단단한 심지를 지녔으되 허심탄회하여 사물을 포용한다. 그 덕은 온전하여 어떤 일을 맡겨도 해낼 수가 있고, 그 모습은 고요하여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다. 벼루가 없으면 글씨를 쓸 수가 없고, 이 사람이 아니고는 그 일을 해낼 사람이 없다. 나는 벼루 같은 사람인가? 단단하고 텅 비었나? 온전하고 묵직한가?

 

3구의 ‘마날(磨涅)’은 갈고 물들인다는 의미인데, ‘논어'의 ‘양화(陽貨)’에서 끌어왔다. 중모(中牟) 땅을 다스리던 필힐(佛肸)이 공자를 청하자 공자가 가려 했다. 제자 자로(子路)가 말렸다. “선생님! 옳지 않은 짓을 한 사람에게는 군자가 가지 않는다고 하셨잖습니까? 왜 만나시려고요?” 그릇이 못 되는데 왜 굳이 만나려 하시냐는 자로의 돌직구에 스승이 대답했다. “갈아도 얇아지지 않으니, 단단하다 하지 않겠느냐? 물들여도 검어지지 않는다면 희다고 할 수 있겠지(不曰堅乎? 磨而不磷. 不曰白乎? 涅而不緇)?”

 

대답의 뜻은 이렇다. “내가 단단하고 결백하다면 그가 나를 어찌 갈고 어이 물들일 수 있겠느냐? 염려하지 말아라.” 제자는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는 뜻으로 묻고, 스승은 ‘내가 단단하면 끄떡없다’는 의미로 대답했다. 대답이 어째 조금 옹색한 느낌이지만, 말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공자는 과연 필힐을 찾아가 만났을까? 그를 만나 변화시킬 수 있었을까?//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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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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