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열수문황(洌水文簧)’에 송나라 구양수(歐陽脩)가 평소 조정에서 바른말로 남의 미움 산 일을 두고, 다산이 자신에게 빗대 말한 글이 있다. “다만 정직한 도리로 섬기매, 임금 또한 기미에 저촉됨을 근심하셨네. 어찌 모든 사람이 좋아함을 얻으랴만, 내 스스로 삼감에 소홀하였지(惟以直道事也, 上亦憫其觸機. 安得每人悅之? 臣自忽於吹虀).” 자신은 늘 곧은 도리로 임금을 섬겼고, 그 곧음이 자꾸 비방을 부르는 것을 임금 또한 안타까워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사람마다 기뻐하는 것을 얻을 수야 없겠지만, 자신도 좀 더 조심하고 삼갔어야 했다고 잠깐 숙였다. 글의 끝은 “정수리 밑에 침 하나 맞고, 입은 장차 세 겹으로 봉하리(頂下針一, 口將緘三)”로 맺었다.
사람마다 기뻐한다(每人悅之)는 말은 ‘맹자' ‘이루(離婁)’ 하에 나온다. 정자산(鄭子産)이 강물을 그저 건너는 제 백성이 안쓰러워 자신이 타던 수레에 태워 물을 건네주었다. 맹자가 그 말을 듣더니 “은혜롭긴 하지만 정치를 모른다”고 혹평했다. 때에 맞춰 미리미리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 중요하지, 할 일은 안 하고 있다가 그때마다 사람을 건네주어 환심이나 사려 들어서는 날마다 해도 감당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치는 제도와 시스템으로 하는 것이지, 안고 보듬는 제스처로만 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제 백성이 안타까웠다면 다리를 만들어 편히 건너게 해줄 궁리를 하는 것이 먼저다. 강변에 수레를 대기시켜 놓고 오는 사람마다 건너게 도와 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 뱃사공이 할 일과 지도자가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하면 정치가 망치가 된다.
유신환(兪莘煥·1801~1859)은 ‘위리편(爲吏篇)’에서 “만약 사람마다 기쁘게 하는 것을 어짊이라 여기고, 간악함을 적발하고 숨은 것을 들춰내는 것을 지혜라고 여긴다면, 이른바 지금의 훌륭한 관리라 하겠지만, 옛날로는 이른바 대체(大體)를 알지 못하는 자일 뿐이니, 군자는 말미암지 않는다(若夫每人悅之以爲仁, 發姦擿伏以爲智, 今之所謂良吏也, 古之所謂不識大體者也. 君子不由也)”고 했다. 바른말에는 왜 한편을 안 드냐며 벌 떼같이 달려들면서, 다리 없는 강변에 대기시켜둔 수레 자랑만 한창이니 딱하다.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