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당신의 사랑으로 저를 이 세상에 내셨으니, 제가 이 세상에 살다 간 흔적이 작게나마 남아서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게 하소서.
매일 두 번 이상씩 기도하며 내가 생각나는 것 모두를,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것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 능력으로 표현할 수 없는 무수한 것들, 마음은 이것인데 글은 저런 것이 되는 것, 또 저 깊숙이 내재하여 있는 심경을 표현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삶을 살아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과 부모님과 이웃에게 죄가 되는 것 같아서입니다.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내가 이토록 한 일이 없는 그것을 기록함으로써 다른 이들이 무엇인가를 하게 하려는 것, 이 자세로 임하려는데 결과는 남의 조소를 면하지 못할 것이니 이마저 주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남에게 보이려고 쓰는 것은 체념할 수밖에 없고 내 피붙이들이나마 봄으로써 내가 선대(先代)의 내력을 궁금해하듯이 내 후대도 나를 궁금해해서는 내가 살다 간 이 타래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간 것이 되니 이를 깊이 생각하여 그들에게 나와 같은 한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는 내가 마치 어린이가 백지 위에다가 제 마음을 한껏 표해서 그려 넣었듯이, 원시인이 자기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했듯이, 아직 밝히지 못한 고대인들의 의사표시가 유형, 무형으로 현존해 내려오듯이 나 또한 내 마음을 남이 알아주거나 말거나 최선을 다해서 표현하고자 할 따름입니다.
이것을 당신의 응답으로 듣습니다./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