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37.031017 유원지2
서울 근교라고는 해도 멀리 떨어져 나온 것 같다 .
좀처럼 나들이 못하는 바쁜 삶을 살다가 오늘 아내의 막무가내로 분에 넘치는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
세상 모든 일은 늘 혼자 도맡아 하는 것처럼 부산하기만 한 나를 지켜만 보고 있던 아내는 못내 나를 제쳐놓고 조용히 모든 일을 밀어붙였고 ,
까맣게 모르던 내가 이 일을 알게 되었을 땐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짜여 진 뒤였기에 뒤집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마지못한 나들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
나뭇잎 냄새가 상큼하다 .
우거진 녹음사이를 뚫은 햇볕이 이마에 닿을 때마다 벌에 쏘인 듯 따갑다 .
물을 찾아 나선 많은 가족들이 계곡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고 ,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바위틈을 굴러 흐르는 물소리가 어울려서 칠월의 무성함을 소리로 들려준다 .
오랜만에 자연을 들이키는 기쁨을 맛본다 .
불현듯 ,
고향의 산야가 눈에 든다 .
푸른 숲으로 덮인 산허리가 잘린 듯이 평야에 내리꽂혀 늘 나뭇잎냄새를 풍겨 내 콧구멍을 뚫어 머리를 식히고 ,
그런가하면 눈이 모자라도록 넓은 들이 가지런히 펼쳐 하늘과 맞닿아 내 가슴을 부풀리며 미래를 품게 하고 ,
제자리에서 고개를 돌려보면 오른편에 푸른 동해 ( 東海 )
가 뭉게구름을 피우며 어느 새 샛바람에 실려 오는 바다 내를 맡게 하여 딴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그런 곳 ,
그런 절경의 그 자리에서 맡던 그 나뭇잎냄새가 지금 내 코에 고스란히 들어오고 있다 .
동떨어진 서울이라는 곳에서나마 하루를 고향의 향기를 마음껏 들이켜고 싶다 .
여기까지 오도록 주선한 아내가 대견스럽다 .
더군다나 잠시 어려움을 겪는 조카들에게까지 마음을 쓴 ,
그 짓이 곱다 .
아름답다 .
갑자기 주말을 챙기면서 서둘기 시작했으니 ,
놀이도 때와 장소가 맞아야 하는지 .
땅이 흔들려도 움직일 수 없도록 그 날에 커다란 말뚝을 박고서 점검하고 있었다 .
지루한 한여름 나기에 지친 조카들에게 신바람을 넣어서 그들이 가슴에 작은 보람을 담아주려는 ,
진실한 마음에서 울어나는 열정이었을 것이다 .
서울의 북쪽 끝 ‘ 미아리 ’
에서 도심을 지나 ‘ 부천 ’
까지 택시로 우리 네 식구가 가고 ,
거기서 또 다른 택시를 하나를 더 불러서 세 조카애들을 태우고 ‘
안양 '
유원지까지 오는데 한나절이 걸리는 ,
대 이동을 처음으로 겪었다 .
온갖 잡동사니 보따리 싸들고 다니지만 그래도 힘겨운 줄 모르고 날뛰는 아내의 정성이 고마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 .
이것이 아내의 마음이다 .
누구나 다 있는 형제가 어찌해서 나만 없느냐는 ,
그럴 수 있느냐는 ,
무언의 항변을 행동으로 보이는 것 같다 .
아내는 스스로 친형제를 만들고 홀로 친조카를 만드는 것이다 .
눈물겨운 내 환경 ,
어쩔 수 없는 내 고립을 자기의 끈으로 이어 묶어보려는 갸륵한 심산 ( 心算 ) 이다 .
그러나 나는 이를 그대로 밝혀 말할 수가 없다 .
말의 실마리를 꺼내면 눈물이 펑펑 쏟아질 것 같은 두려움도 있다 .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가 싫은 것이다 .
철들은 큰조카는 마냥 우울하다 .
모든 행동이 한 호흡 식 뒤쳐져서 움직이지만 그런 행동을 알아차리는 나와는 다르게 아내는 신이 나서 잠시도 쉬지 않고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다 .
두 몫을 하려는 아내의 심사도 역시 나 밖에 알 사람이 없다 .
조카들의 물놀이가 내가 저들 나이 때의 물놀이와 견주어지면서 , 또 한 번 세대의 차이를 느낀다 .
논두렁 밭두렁에서 온갖 푸성귀와 갖가지 벌레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그것들과 교감하며 놀았던 나와는 전혀 다르다 .
이제 엄격한 통제로 주어진 장소에 한정해서 노니는 조카들과 우리 애들을 비교하면서 ,
호화와 즐거움은 다른 것이라는 나름의 생각을 정립하게 했다 .
호화는 외적인 가세 (
加勢 )
에서 외적으로 호사스러울 뿐 정작 즐거워야 할 어린것들은 그저 이끌려 왔을 뿐 흥미 없는 매순간을 보내려니 얼마나 지겨울까싶다 .
그러나 이런 생각도 내가 두 경우를 막 닥뜨려서 뚫어 보는 것이기에 생각할 따름이지 어릴 때부터 그렇게 자란다면 그 또한 한껏 재미있는 추억거리가 될성부르다 .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나다 . 아버지 대에서 이루는 성가 ( 成家 ) 의 그늘에서 홀로 서는 자립의 기틀이 어떤 것인가를 보아온 내가 ,
그 시절의 놀이 방법에 무한한 향수를 갖는 것은 어쩌면 마땅하리라 . 아마도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어린 시절과 유년시절을 보낸 듯싶은 내가 반지르르 하고 매끄럽게 이어지는 놀이 방법에 손을 휘젓고 있음은 당연하다 .
어린것들이 어딘가 몸에 맞지 않는 허울을 쓴 것 같아서 민망스럽다 . 그러나 어찌할 수가 없다 .
오늘의 세태가 그렇고 그 속에 사는 모두의 생각이 그런 것을 . 오직 나만을 제치고 ./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