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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취박향(廉取薄享) 광성부원군(光城府院君) 김만기(金萬基, 1633~1687)의 집안은 부귀가 대단하고 자손이 많았다. 입춘첩(立春帖)에 '만사여의(萬事如意)'란 글이 나붙었다. 김진규(金鎭圭, 1658~1716)가 이를 보고 말했다. "이 입춘첩을 쓴 것이 누구냐? 사람이 세상에 나서 한두 가지도 마음먹은 대로 하기가 어려운데, 모든 일을 마음먹은 대로 이루게 해달라니, 조물주가 꺼릴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 집안이 장차 쇠망하겠구나!" 얼마 후 수난을 당하고 유배를 가서 그 말대로 되었다. 호안국(胡安國)이 말했다. "집안에서 가장 해서는 안 될 것이 일마다 뜻대로 되는 것이다. 일은 늘 부족한 곳이 있어야 좋다. 일마다 뜻에 흡족하면 문득 좋지 않은 일이 생겨나는 것을 여러 번 시험해 보았다. 소강절의 시에 '좋은 꽃은 절반쯤 피었을 때 본다'고 했는데, 가장 친절하고 맛이 있다(人家最不要事事足意. 常有事不足處方好. 才事事足意, 便有不好事出來, 歷試歷驗. 邵康節詩云:'好花看到半開時.' 最爲親切有味.)" 좋은 꽃은 반쯤 피었을 때 보아야 좋다. 활짝 피어 흐드러진 뒤에는 추하게 질 일만 남았다. 뭐든 조금 부족한 듯할 때 그치는 것이 맞는다. 목표했던 것에 약간 미치지 못한 상태가 좋다. 음식도 배가 조금 덜 찬 상태에서 수저를 놓는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렵다. 한껏 하고 양껏 하면 당장은 후련하겠지만 꼭 탈이 난다. 끝까지 가면 안 가느니만 못하게 된다. 명나라 육수성(陸樹聲)이 지은 "청서필담(淸暑筆談)"의 다음 말도 같은 취지다. "문장과 공업에 뜻을 둔 선비가 세상에서 원하던 것이 충족되면 종종 약을 구해 먹으면서까지 불로장생하기를 바라게 된다. 그러나 세상 사는 방법 중에, 취해 가진 운수가 이미 많으면 조물주가 빼앗을 것을 염려하여, 오직 아끼면서 태연 하게 처신하고, 검소하게 가져 적게 누리면서, 그 나머지를 조금씩 이어나가는 것이 옳다(文章功業之士, 於世願已足, 則往往求服餌, 以希慕長生. 然於世法中, 取數已多, 恐造物者所靳. 惟以嗇處泰, 廉取而薄享, 以迓續其餘可也.)" 더 갖고 다 가져도 욕망은 충족되는 법이 없다. 아끼고 나누고 함께하면 부족해도 마음이 충만해진다. 어느 쪽을 택할까? 어느 길로 갈까?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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