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몸 묶여도 미쁨의
아픔 다 감추고 웃음을
허릿 심 다하여 뿜어도
향기 곧 사라질 푸성귀.
생기 쏙 뽑아낸 꽃묶음
눈길 영 비끼지 못하여
꽃잎 내 가슴을 저미고
처진 잎 손끝에 가엽다.
낮엔 제 시늉에 지치고
밤엔 혼 나들이 이끌어
몽당 몸 무던히 버티며
몫에 힘 다하며 시든다.
죽어 넋 잃고도 쭈그려
허물 다 바치는 도우미
우린 땅 디디고 자랐고
함께 해 보라고 피었다
꽃술 죄 마라서 말리고
바랜 잎 쪼그려 털어도
나는 너 버리지 못하니
너도 나 붙들고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