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가려낼 게 없는 요즘 쌀로 밥하면,
‘남박’으로 쌀 일어 뉘와 돌 고르는,
어머니 뵌다.
나,
전기밥통에 쌀 안쳐 스위치 누르면,
아궁이 불 지피고 솥뚜껑 닫으시는,
어머니 뵌다.
나,
전자레인지에 냉장 반찬을 데우면,
무쇠 화롯불 담아 된장 끓여내시는,
어머니 뵌다.
나,
설거지 마치고서 싱크대 닦아 내면,
남은 음식 모아 돼지우리 나가시는,
어머니 뵌다.
나,
한 달에 한두 번 화분에 물을 주면,
꽃 따다 쫓겨오면 치마폭 감싸시던,
어머니 뵌다.
나,
독거노인 쓴맛 단맛 죄다 견디면서,
평생 삼베행주치마 불내 이겨 내신,
어머니 뵌다./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