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맞는 한 생

외통넋두리 2015. 8. 30.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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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맞는 한 생

옷섶이 비바람에 날리면 워낭소리는 흐려졌다
빈 마대(麻袋) 밑 절반을 안으로 겹집어 넣어
머리에 걸치면 마음속 비마저 즐겨 피했었지

어느새 먹구름을 씻어낸 하늘이 파래졌다.
마대는 안장(鞍裝)되어 소 등에 얹히고
백마 탄 왕자 되어 쌍무지개 펼쳤었지

휘돌아 달리는 소먹이에 삿갓은 사치였다
천방지축 내게 볏짚 도롱이 차례지지 않고
허리가 지붕 되고 엎드려서 하는 일에만 어울렸지

물난리를 겪어도 물고랑 위 농사꾼 즐거웠다
번갯불 춤추는 벼는 천둥에 가락 맞춰 출렁이고
장대비 맞으며 돌보는 사랑스러운 곡식 기꺼웠지

이새는 우비 못 갖춘 이 맨땅 밟지 말란다
오염을 잊고픈 아둔함이 명을 당길지라도
맞고 스미고 마시고 씻을 믿음을 섞으리라

물난리 겪고도 손사래 못 칠, 물 모르는 영물이다
개구리 울고 매미울음 그치고 개미자취 감추는데
하늘만 원망하는 영장의 미련, 부끄럼 어찌하리

비가 눈이 되고 눈이 물이 됨을 미물은 안다.
얼음이 물이 되고 물이 얼음 됨을 꿰뚫지만
천리(天理)에 순종(順從) 안 하는 오기(傲氣) 어찌할지

사막이 황야로, 황야가 녹지 됨을 미물은 안다.
녹지가 황야로, 황야가 사막 됨을 영물은 알지만
스스로 외면하여 떠내려가면서 하늘만 원망한다.

하늘은 예나 이제나 단비만 내린다.


8103.150823/외통 徐商閏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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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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