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에 옷섶이 날리면 워낭소리는 흐려졌다.
빈 마대(麻袋) 밑 절반을 안으로 겹집어 넣어
머리에 걸치면 마음속 비마저 즐겨 피했었다.
어느새 먹구름을 씻어낸 하늘이 파래졌다.
마대는 안장(鞍裝)되어 소 등에 얹어놓고
백마 탄 왕자 되어 쌍무지개 펼쳤었지.
휘돌아 달리는 소먹이에 삿갓은 사치였다.
천방지축 내게 볏짚 도롱이 차례지지 않고
허리가 지붕 되는 논일할 때야 어울렸다.
물난리를 겪어도 물고랑 위 농사꾼 즐거웠다.
번갯불 천둥에 춤추는 벼, 가락 맞춰 춤추고
장대비 맞으며 돌보는 사랑, 곡식 기꺼웠다.
이제는 우비 못 갖춘 이 맨땅 밟지 말란다.
오염을 잊고픈 아둔함이 명을 당길지라도
맞고 스미고 마시고 씻을 믿음을 섞으리라.
물난리 겪고도 손사래 못 칠, 우매한 영물이다.
개구리 울고, 매미 소리 그치고, 개미자취 감추는데
하늘만 원망하는 영장의 미련, 부끄럼 어찌하리.
비가 눈이 되고 눈이 물이 됨을 미물은 안다.
얼음이 물이 되고 물이 얼음 됨을 아는 인간
天理에 반하고 物慾만 밝히니 당하는 응보다.
사막이 황야로, 황야가 녹지 됨을 미물은 안다.
녹지가 황야로, 황야가 사막 됨을 영물은 알지만
스스로 외면하여 떠내려가면서 하늘만 원망한다.
하늘은 예나 이제나 모든 생물에 단비만 내린다.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