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사철나무 머리가 하얗게 샜다.
눈 세례 받으며 눈부신 아침 마당 서성거리면
내 키는 한두 치가량 솟는다.
목화송이 머리 장식하고, 풀 먹인 눈 밟고 서서
쉰 지난 나이에
배소(配所)의 적막 깃든 시린 눈밭에서
홀로 이렇게 수북해 질 수 있다니!
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솟는다는데
이 순간
나는 거벼운 망치일까, 뾰족한 못일까?
몽당싸리비로 길바닥에 탑 어지러이 새기며
골목 꼬부라져 가는데 싸륵 싸르륵
목덜미에 등허리에 신발 등에 고봉으로 쌓이는 밥
저 하염없는 눈발 속, 쌀목탁 치는 소리 드린다.
/장하빈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