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
감사를 뜻하는 말들은 많다.
그저 속삭일 수밖에 없는 말들.
아니면 노래할 수밖에 없는 말들.
딱새는 울음으로 감사를 전한다.
뱀은 뱅글뱅글 돌고
비버는 연못 위에서
꼬리를 친다.
솔숲의 사슴은 발을 구른다.
황금방울새는 눈부시게 빛나며 날아오른다.
사람은, 가끔, 말러의 곡을 흥얼거린다.
아니면 떡갈나무 고목을 끌어안는다.
아니면 예쁜 연필과 노트를 꺼내
감동의 말들, 키스의 말들을 적는다.
/메리 올리버(미국·1935~ )
찬란한 아침 햇살 속으로 걸어나간다. 달팽이 걸음처럼 조금씩 풀빛이 짙어 오는 길이다. 걷어올린 팔뚝은 싱그럽고 신발 위 드러난 맨살의 복숭아뼈는 깔깔대며 웃는다. 대지 밑에는 무슨 스프링이 있어 뭇 햇살들이 언 땅을 녹여 놓는 즉시 초록 기쁨의 온갖 싹들을 튕겨 올리는 건지 웃음 곁들인(심각한 신비 말고!) 신비(神秘)가 밀려온다. 그 속을 걷는 것, 아침 산책, 우주만한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생명에 대한 스스로의 찬양과 감사의 말들을 발견한다. 당연히 그 말들은 사전 속으로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말들. 속삭이거나 노래로 된 말들, 사슴은 발을 구르고 딱새는 울음으로 날아오른다. 사람은 '말러의 곡을 흥얼거린다.' '떡갈나무 고목을 끌어안는다'! 연필을 꺼내 노트하는 장면 속에서 이 낯선 시인의 미소를 떠올린다./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