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락눈, 탄식하다

시 두레 2013. 1. 1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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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락눈, 탄식하다

 


좋기로야

흐벅진

함박눈만한 게 또 있는가?

천지현황

우주홍황 아아라히 채우고

사뿐히 가지에 내리면

부얼부얼 꽃송이라.

 

소나기눈 더욱 좋지,

 만석꾼 집 곳간 터져

잠시잠깐 눈결에도

한 자 가웃 너끈하니

푼푼한 마음씀씀이

풍년 인심 부럽잖아.

 

하필 나는 싸락눈,

싸라기만도 못한 눈

조막손이 시주하듯

인색하게 내린다고

내리며 지청구 먹는

개 물어갈 팔자야./신양란

 

    눈이 무서운 시절이다. 연이은 맹추위에 속속 파고드는 경제 한파(寒波)라니 매사 살얼음 걷듯 조심이다. 이 엄동설한(嚴冬雪寒)을 잘 넘으려면 일단 안 넘어져야 한다. 넘어지면 일어서기가 너무 어려운 판이니 말이다. 펭귄처럼 뒤뚱대고 설설 기는 모양이 우습지만, 품위가 대수랴.

 

   그런데 눈도 제 팔자를 한탄하다니, 팔자타령이 퍽 그럴듯하다. 하긴 싸락눈이 함박눈이나 소나기눈처럼 환호를 받는 눈은 아니다. '싸라기만도 못한 눈'에 '조막손이 시주하듯' 내린다는 자조(自嘲)는 그래서 '지청구'나 먹는 '개 물어갈 팔자'라는 '흐벅진' 사설조(辭說調) 타령을 낳는다. 하지만 싸락눈도 차분히 내리기 시작하면 겁나게 쌓이니, 부디 큰 폭설이나 없기를 빌어본다./정수자·시조시인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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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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