次子益詠曉景韻(차자익영효경운) 새벽 풍경
泱莽連江雪(앙망련강설) 어두컴컴 강 위로 눈이 내리고
晨光稍向分(신광초향분) 새벽빛은 조금씩 밝아오는데
天留將落月(천류장낙월) 하늘에는 지려 하는 달이 머물고
野有欲鋪雲(야유욕포운) 들녘은 구름이 뒤덮어간다.
一氣彌襟次(일기미금차) 천지 원기 가슴에 가득 채우자
羣囂遠耳聞(군효원이문) 온갖 소리 귓가에서 멀어져간다.
秖應存此意(지응존차의) 이런 뜻을 다부지게 간직하고서
長以事天君(장이사천군) 길이길이 참마음을 지켜 가리라.
조선 숙종 시대의 저명한 사상가인 농암(農巖) 김창협이 어느 추운 겨울날에 지었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어두컴컴한 강 위로 눈이 내린다. 하늘도 들녘도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다. 만상(萬象)이 기지개를 켜고 활동하기 전이다. 아무도 없는 새벽 들녘에 서자 천지의 한 기운이 가슴에 벅차게 차 들어온다. 모든 감각이 멈춰 서고 그 기운에 몸을 내맡긴다. 불현듯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솟구친다. 믿을 것은 나의 의지고 선한 마음이다. 새벽이 밝아온다./안대회·성균관대 교수·한문학/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