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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이 뚜렷하다

 

             해 넘긴 달력을 떼자 파스 붙인 흔적 같다.

 

             네모반듯하니, 방금 대패질한

             송판 냄새처럼 깨끗하다.

 

             새까만 날짜들이 딱정벌레처럼 기어나가,

              땅거미처럼 먹물처럼 번진 것인지

             사방 벽이 거짓말같이 더럽다.

 

             그러니 아쉽다. 하루가, 한주일이, 한달이

             헐어놓기만 하면 금세

             쌀 떨어진 것 같았다.

             그렇게, 또 한해가 갔다.

             공백만 뚜렷하다.

            

             이 하얗게 바닥난 데가 결국,

             무슨 문이거나 뚜껑일까.

 

             여길 열고 나가?

             쾅, 닫고 드러눕는 거?

 

             올해도 역시 한국투자증권,

             새 달력을 걸어 쓰윽 덮어버리는 것이다. /문인수

 

    흰 눈과 함께 새해가 시작되었다. 지난해의 궂은 일들이 저 눈 온 설원(雪原)처럼 지워졌으면 좋겠다. 빈 벽 하나 가지기가 힘들다고 탄식한 작가가 있었다. 웬 붙일 것, 걸어둘 것은 그리 많은지. 이발소 그림부터 수건에 달력이나 잡지 부스러기들도 모두 거기 걸어놓고 기대놓고들 산다. 가난한 집 식구 많듯이. 문득, 달력 바꾸느라 떼어놓고 바라보는 벽면은 화사한 맨살이다. 우리네 일년살이가 벽에 때를 묻히는 일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을 깨끗이 하는 일이 아니라 때를 묻히는 일이라니! '헐어놓기만 하면' 금방 바닥이 드러나는 한 달 혹은 일생! 그 빈 바닥에 '쾅, 닫고 드러눕는' 것이 일생이라면 허망하기 그지없다. 하나 허망을 공부하자. 제가 묻힌 때만 지우고 가도 인생 성공이다. 저 설원처럼./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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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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