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치오의 ‘성전세’
이탈리아의 화가 마사치오(Masaccio· 1401~1428)는 불과 27세로 짧은 삶을 마감했지만, 진정한 회화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혁신적인 화가였다.
그의 대표작은 1420년대에 피렌체의 거부(巨富)였던 브랑카치 가문의 주문을 받아 그 가족 예배당에 가문의 수호성인인 성(聖) 베드로의 일생을 그린 벽화다. 그중 가장 유명한 장면이 바로 '성전세(聖殿稅)'인데, 이는 예수 그리스도가 로마의 세리(稅吏)에게 세금을 내기 위해 사도 베드로를 통해 기적을 일으켜 돈을 구한다는 이야기다.
마사치오의 '성전세' - 1426~1427년, 프레스코, 255×598cm, 피렌체 산타마리아 델 카르미네 성당의 브랑카치 예배당 소재. 그림 속에서 베드로는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세 번 등장한다. 중앙에는 사도들에게 둘러싸인 예수가 있다. 그 앞에 선 세리가 세금을 요구하자 사도들은 모두 반발했지만 예수는 베드로에게 손짓으로 명을 내린다. 강가로 가 물고기를 잡으면 그 입 안에 동전이 있을 테니 그것으로 세금을 내라는 것이다. 원래 어부였던 베드로는 화면 왼쪽의 강가에서 겉옷을 벗어 던지고 주저앉아 물고기를 잡고 있다. 다시 오른쪽에 나타난 베드로는 무척 퉁명스럽게 세리에게 돈을 내민다.
사도들이 반발한 이유는 물론 하나님의 아들이자 구세주, 성전의 주인인 예수가 성전에 세금을 내는 것이 어불성설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수는 지상에 있는 동안에는 지상의 법을 따라야 한다며 세금을 냈다. 이 일화는 복음서 중 유일하게 마태복음에만 기록되어 있다. 마태는 사도가 되기 전에 세리였다. 브랑카치 가문은 당시 새로운 세금을 징수하기 시작한 로마 교황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 장면을 선택해 주문했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중요한 교훈은 '신(神)의 아들'도 성실한 납세자였다는 사실이다. /우정아 :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