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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라파엘로(Raffaello Sanzio·1483~1520)가 바티칸궁의 교황 집무실, '서명의 방'에 그린 벽화 '아테네 학당'(1510~1511)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최고 작품으로 손꼽힌다. 넓은 반원형 공간에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학자들 20여 명이 다채롭게 포진한 이 그림은 르네상스인들이 추구했던 인문학과 과학, 예술의 조화로운 공존을 보여준다. 그 한가운데를 차지한 두 사람이 바로 철학자 플라톤과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사진>다.

플라톤은 왼쪽에 맨발로 서 있는 백발의 노인이다. 그의 왼손에는 저서 '티마이오스(Timaios·이탈리아어 표기는 Timeo)'가 들려 있다. 오른쪽의 아리스토텔레스는 금실로 수를 놓은 화려한 옷에 샌들을 갖춰 신은 건장한 중년으로, 역시 왼손으로 저서 '니코마코스 윤리학(Etica)'을 들고 있다. 두 사람은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오며 대화를 나누는 듯한데, 플라톤은 오른손 검지를 들어 하늘을 가리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손가락을 모두 펴서 땅을 향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제스처는 각자의 철학적 신념을 표현한다. 플라톤이 관념적인 천상의 이데아(idea)를 추구했던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에게 가까운 자연을 존중하는 현실주의자였기 때문이다.

단순한 몸동작 하나로 한 인물의 성격과 그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전달하는 것은 르네상스 미술의 관습이었다. 당시의 미술가들은 정확한 원근법을 통해 질서정연한 공간을 구현하는 것 이외에도 등장인물과 그 이야기를 명확하게 드러낼 최적의 제스처를 고안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사람의 행동과 그의 신념이 일치하는 것, '언행일치(言行一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귀한 가치로 여겨졌던 것이다. /우정아:서양미술사학자/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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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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