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관(甕棺) 1

시 두레 2012. 10. 20.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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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관(甕棺) 1

 

모든 길은 항아리를 추억한다,

 

해묵은 항아리를

세상 한 짐 풀면

해가 뜨고 별 흐르고 비가 내리는 동안

흙이 되고 길이 되고

얼마간 뜨거운 꽃잎

또 하루처럼 열리고 잠겨

문득 매듭처럼 덫이 될 때

한 몸 딱 들어맞게 숨겨줄

그 항아리가 내 어미였다면,

길은 다시 구부러져

내 몸으로 들어오리라.

 

둥근 길

길의 입에 숨을 불어넣고

내가 길의 어미가 될 것 이니, 내 안에 길이 있다.

 

내가 가득 찬 항아리다. /정끝별

 

   빈 항아리 하나를 뉘였더니 거기에서 길이 하나 흘러나온다. 해가 나오고 별이 떠올라 흐른다. 흙이 나오고 흙 위에 길이 열린다. 거기 꽃잎이 뜨겁게 열리고 잠긴다. 그 꽃잎은 한 생명의 매듭이 되고 덫이 되었다가 빛나는 아이가 된다. 아이는 다시 항아리가 되고 어미가 되어 찾아오는 길마다 둥그런 숨을 불어넣는다.

 

   어머니는 항아리다. 우리는 그 항아리에서 나와 그 항아리로 돌아간다. 항아리에 물이 가득하면 그렁그렁하고 항아리에 바람이 스치면 노랫소리를 낸다. 가득참과 텅빔 사이에 그 어떤 것도 없는 어머니. 노래와 기도를 빼면 아무것도 없는 항아리. 노래와 기도로 허리와 등이 구부러져 둥그렇게 말린 항아리. 달빛 아래 오래 항아리를 바라본다. 나를 자꾸만 부르는 것만 같다.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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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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