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

시 두레 2012. 10. 23.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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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

 

 

길이 막혔다.

 

돌무더기 같은 소문과

시퍼런 유언비어에

짐승들의 귀는 커져만 갔다.

 

그리고

비린 바람이 지나갔다.

 

그뿐이다.

문을 닫으면 그뿐.

 

동강 난 혀들이

널부러져 있는 골목을,

비틀거리며 빠져나왔다.

 

곰팡이 꽃 핀 혀

하나 겨우 챙겨

쫓기듯 도망을 쳤다.

 

 

아름다운

노래만 부르고 싶었다.

 

붉은 방언만

입에서 흘러 넘쳤다.

 

문을 닫았다.

/김요일

 

   말문이 막히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역사적으로도 그렇다. 비극(悲劇),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되는 비극이 그것이다.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한 사람의 길을 막을 때도 있고, 아무것도 아닌 일을 침소봉대하여 진실을 매장하기도 한다. 이데올로기라는 '짐승'들은 '소문'과 '유언비어'에 관심이 많다. 그것은 끝내 '비린'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오, 비린 바람이라니! 무섭다.

 

   세상의 허위에 말문을 닫았던 시 속의 이 사람, 겨우 '혀 하나 챙겨' 세상을 빠져나왔다. 가객(歌客)이어도 좋고 시인(詩人)이어도 좋은 이 사람, "아름다운 노래만 부르고 싶었다!"고 절규하는 이 사람, 그러나 그 노래는 나오지 않았고 노래 대신 '붉은 방언'만 넘친다. 누가, 무엇이 이 사람의 노래와 말을 삼킨 것일까? 대답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라는 그림이 생각나는 시다. 나도 활짝 열지 못하는 사랑의 '말문'이 있다. 그것을 열어줄 사람을 기다린다. 역사도 그러할 것이다./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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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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