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닻과 키를 잃고
거친 바다에 표류된
적은 생명의 배는,
아직 발견도 아니 된
황금의 나라를 꿈꾸는
한 줄기 희망의 나침반이 되고
항로가 되고 순풍이 되어서,
물결의 한 끝은 하늘을 치고,
다른 물결이 한 끝은 땅을 치는
바다에 배질합니다.
님이여,
님에게 바치는
이 적은 생명을
힘껏 껴안아주셔요.
이 적은 생명이
님의 품에서 으서진다 하여도,
환희의 영지(靈地)에서
순정(殉情)한 생명의 파편은,
최귀(最貴)한 보석이 되어서
쪼각쪼각이 적당히 이어져서,
님의 가슴에
사랑의 휘장을 걸겠습니다.
님이여,
끝없는 사막에 한 가지의
깃들일 나무도 없는
적은 새인 나의 생명을
님의 가슴에
으서지도록 껴안아주셔요.
그러고
부서진 생명의
쪼각쪼각에 입맞춰주셔요.
/항용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