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고'의 저자로 유명한 실학자 유득공의 시다. 혹독한 더위가 물러가고 조금씩 찬바람이 불어오는 무렵의 여름밤 풍경이다. 농촌 풍경처럼 보이지만 실은 서울 사대문 안에 있던 시인의 집 풍경이다. 한낮의 더위가 물러나고 어둠이 몰려온 뜰에 서면 시인의 감각은 생기를 회복한다. 한 모퉁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개구리 맹꽁이 박쥐 두꺼비가 반갑고 달빛 스며든 뜨락에서 다리미질하는 아내의 모습도 새삼 정겹다. 그러나 화단 한쪽에서 이슬에 젖은 채 하얗게 피어 있는 봉숭아꽃과 달빛 아래 담장 위에 나란히 피어 있는 하얀 박꽃만 할까? 아름답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저 글로 옮겨놓았을 뿐인데 그 풍경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안대회·성균관대 교수 / 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