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재네 식구

외통궤적 2008. 4. 2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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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001129 덕재네 식구

앞뒷집의 동무가 아침저녁으로 만나서 하는 짓이 온통 제집자랑이 고작이고, 제 장기자랑이나 하고, 서로의 집 험담이나 하는 내기의 장이 되고, 마침내는 싸움으로 번지는, 그런 날이 대부분이었다.

 

그의 부모는 우리부모 보다 연만하신데다 오누이 밖에 없는, 그것도 늦둥이 밑에 막 둥이 딸을 둔 처지라서 그런지, 동무의 부모는 동무의 청이란 청은 모조리 들어주는, 요즈음 어린이 다루듯이 했으니 나날을 자유분망하게 들로 산으로 휘젓고 다니는 내가 보기엔 불만이다. 행동하기 전에 밝히고, 부모의 허락을 받고, 목적지를 밝혀서 움직이는 동무였으니. 그 친구가 그 목적지 외에는 자리를 이탈하려고 하지 않는 옹색함에 비해서 나는 일단 들에 나간다든지 학교에 간다든지, 밝히고 떠나면 그 다음은 천지가 내 수중에 있다.

 

온 세상이 내 것처럼 여기는 나와 다른 점, 외출 시간만을 허락 받는 우리 생활과 판이한 점, 이런 것들이 그 친구를 놀리는 두드러진 대목이다.

 

독자의 양육방법과 확연히 다른 점을 지금이야 이해하게 된다. 내가 자식을 키워 봄으로써 이해되는 대목이다. 아무튼 그때에는 전혀 그 친구를 이해 할 수 없어서, 더러는 내가 지면서 놀던 도중에 친구와 함께 집으로 되돌아오기도 하고 더러는 그 친구와 내가 들판의 어는 곳이든 간에 현장에서 그를 돌려보내야 하는 때도 있다. 그런 때가 더 많다.

 

그의 부모는 그를 곁에서 바라보며, 어미 닭이 병아리 키우듯이 할 뜻인데 반해 우리 부모님은 어린것들의 성화에 일이 안돼서 낮 시간만이라도 일시 떨어져서 지냈으면 한, 그런 양육방법을 생각하시고 계셨는지도 모른다.

 

제게는 지극히 다행스런 일이지만 우리 할머니는 그것이 조금은 불안하셨든지, 할머니 곁에 있게 하고 싶으셨는지, 은근히 나를 회유 하시지만 내가 할머니의 애를 태우면서도 할머니께는 늘 안심 되도록 한정된 장소를 정해서 놀고 오겠다는 약속을 한다. 떠나기 전 반드시 지켜야 되는 수칙을 몇 번이고 외우도록 교육받고 떠나지만 지켜지기 만무하다.

 

친구의 집 농사는 밭농사가 태반이고 논이 적기 때문에 그의 부모는 주로 집 언저리의 텃밭에서 생활하므로 집에 머무는 날이 많지만 우리 집은 논농사가 태반으로, 갠 날은 집이 늘 비어 있다시피 한 터라서 밖으로 나 다니는 버릇이 생겼는지는 모르나 아무튼 내 기준으로 볼 때 친구의 부모는 친구를 너무나 감시한다. 감시권역을 벗어날까 하여 여러 가지 흥미 거리를 만들어서 친구가 거기에 눈길을 끌도록 하는지는 몰라도, 여름이면 풀잎으로 여러 가지 모양의 소품을 만들어서 친구에게 주며 철 따라 나는 산과일을 따다가 준다. 딸기, 다래, 머루, 돌배, 고염, 능금 등 여러 가지 과일류와 약으로 쓰이는 열매를 따서 가공하여 저장하거나 또는 건조시켜서 보관한다.

 

우리 집이 우리 동네에서는 뿌리 밖인 집인데, 우리가 모르는 산과일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우리들은 논과 밭에서 나는 것만 곡식으로 쳤지 산에서 그렇게 갖가지로 먹을 것이 나올 줄은 몰랐다. 친구의 부모는 타향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발견하고 가꾸는 특유의 자질을 가진 듯하다. 그래서 동무는 노는 방법도 다르고 하는 짓도 달라서 매일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다. 나는 매일 산과 들로 헤매면서 노는 대신에 그 동무는 집에서 보는 것마다 만들어 보는, 그런 손재주를 갖고 있는 듯, 공예에 관심이 많았다.

 

그 부모와 함께 이웃하여 있으면서 우리 동네의 생활 풍습이나 정서와 너무 동떨어진 탓에 어린 내가 많은 것을 알았다. 또한  배웠다.

 

산이 그저 산인 줄로만 알던 내게 산이 보배로운 터전인 것을 그 동무의 부모님을 통해서 알게 됐고, 그 동무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과잉보호가 불만 이였든 내 잘못도 내가 부모가 돼서, 그들의 처지와 비슷해 저서야 이해가 됐든 것에서, 우리 인간의 지극히 편향적인 생각을 어렴풋이 자각하는 이즈음이다.

 

 

한 두 성이 온통 못자리가 된 우리 동네에서, 성실히 생을 꾸려가시던 그의 부모님에게 내가 없었든 훗날이라도 아들의 덕으로 좋은 열매가 맺혀서 노후를 평안히 보내셨기를 뒤늦게 기원한다./외통-

-오늘의 하나는 내일의 둘의 가치가 있다.-B.프랭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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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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