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8.001106 괸돌집
우리 집 가호(家號)는 ‘괸 돌 집’인데 인근동리 어른이면 못 알아보는 이가 없을 만치 오랜 토박이 집인데도 어렸을 때의 나는 우리 집 가호가 마음에 안들뿐 아니라 싫었다. 이 가호는 아주 멀리, 아주 옛 날 것 같고 그 유래조차 아무도 모르니까 더욱 그랬다.
집 가호는 동네의 어느 집이든지 그 집의 유래를 잘 나태내서 알아보게 한다. 생존해 계신 분들의 친정 마을이나 그 곳의 다른 지명을 따서, 갓 시집 온 새댁의 친정마을 이름을 따서 불렀지만 우리 집만은 외가도 진외가도 ‘괸돌’이 아니다. 그렇지만 유령 같은 우리 가호를 싫어하면서도 내가 더욱 애용하는 것은 나를 보호받고 구제받는 즉각적 효력이 있어서다.
어디를 가나 조심도해야 되지만, 급하거나 궁하면 통하는 것이 우리집의 가호이기 때문이다. 수 십대를 이어오는 동안에 어느 대에서부터 불렸는지 알 수 없지만 ‘괸돌집 손자’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모든 동네 분들이 고마웠다. 이런 집 가호로 해서 행동에 제약받는 것이 실어서였든지, 어려서부터 나는 야성을 지닌 산사나이 아닌 들 사나이 노릇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괸돌에 묻힌 어른의 집’ 이란 뜻인지, ‘괸돌이 많은 고장에서 이사 온’ 선조의 한 분을 뜻하는지, ‘괸돌에 묻힌 집안의 어느 분이 시집’을 왔대서 그 분을 뜻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경우이든 내 대로부터 윗대로 스무나문 대를 올라가야 그 풀이가 될 것처럼 보이니, 내가 해야 할 큰일중의 하나가 이 가호를 찾는 일이다.
요사이 많은 고적과 유적이 발굴되면서 ‘괸돌’에 대해 홍보가 됐고 인식이 높아지니 내 긍지도 살아나는 것 같아서 좋다. 우리 집, ‘괸돌 집’의 유산 중 가장 값진 유산인 것 같아서 뿌듯하다. /외통-
답답하고 막막하거든 궁리하라.(밝은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