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이 길인 것을
내 갈 길, 어렴풋이 뜨네.
한몫하기엔 아직
키 작고 몸 가볍네.
속삭이네, 말 없으신 어머니
네 갈 곳은 그래도 타관.
나를 미는 손길 느끼네,
내 지향(志向), 꿈의 책.
이대론 머물 수 없어
어디든지 날고 싶네.
나, 안아 줄이 없을 때
흙은 언제나 내 곁에.
산은 내 조상의 뼈,
흙은 내 아버지의 얼.
달아날 아들 보는 아버지,
밤새 신주께 빌었을 터.
부지깽이 뛰는 날에도
나 몰라, 책보 들고나니
구슬땀 아버지 못 본 체
내 꼴이 도독 고양이.
어머니 애달파 눈짓
네 몫 내가 하마 끄덕.
문지방 닳도록 넘나들어
치마폭 불 냄새 향긋하네.
좀 더 커서 도와드리다,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좀 더 배우고 겨누어서,
이번엔 편하게 모시리다.
조언도 필요 없는, 아집
가르쳐도 외면하는, 외곬
길에서 옆 돌아 못 보고
원서 위만 뚫어보네, 홀로.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