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새롭고 신기하고 흥미롭다. 노는 재미보다 세상 흥미에 사로잡혀서 잠조차도 설쳐대는 개구쟁이는 오늘도 다름없이 새로운 볼거리를 찾아서 나섰다.
고개를
1시와 7시 방향으로 180도 ×
2시와 8시 방향으로 180도 ×
3시와 9시 방향으로 180도 ×
4시와 10시 방향으로 180도 ×
5시와 11시 방향으로 180도 ×
12시 1분과 6시 1분 방향으로 180도 ×
12시 2분과 6시 2분 방향으로 180도 ×
ㆍㆍㆍㆍㆍ
눈망울과 시선 각도 목의 각도에 각각 곱하여ㆍㆍㆍ,
= (답은) ! @ # $ % ^ & * | ~ +_ ㆍㆍㆍ, 가히 고차원의 세계를, 개구쟁이의 갈망은 끝이 없다.
그러나 눈에 드는 것은 파란 하늘과 땅 위에 늘어선 초라한 초가집들이 고작이다. 눈에 들어오는 것만을 보고 생각하고 꾸역꾸역 담아 쟁여 나간다.
늘 보는 몇 가지의 일이 일상인 것에도 불구하고 더는 찾을 수 없는, 시골의 단조로운 풍물을. 세상 밖을 나가 보지 못한 개구쟁이가 그 까닭을 알 리야 있겠는가?
땅바닥의 쇠붙이란 쇠붙이는 모조리 주어서 호주머니가 터지거나 말거나 불룩하게 넣어 개구쟁이 저만 아는 곳, 굴뚝 옆의 빈 개 밥통에 담아 놓는다. 다람쥐의 보물창고도 물품의 가짓수로는 개구쟁이인 것에 훨씬 못 미칠 것이다.
오늘은 아침나절이니 개구쟁이의 호주머니는 비어있고 아직 걸음걸이는 홀가분하다.
대장간의 하루는 아침부터 분주하고 시끄럽지만, 쇠붙이가 온갖 물건으로 둔갑하고, 모든 연모가 여기서 다듬어지고, 새로 갈리고 벼려지는 곳이니 개구쟁이의 기호에 들어맞는 볼거리다.
대장간은 모두 불로 되어있어서 불똥을 피해야 하고 쇠붙이를 밟지 말아야 하며 어른들 일을 방해하지 말아야 하며, 욀 수도 없는 갖가지 훈계를 다짐받고 풀려나오는 터에 할머니의 말씀을 외면할 수는 없다.
할머니의 말귀를 알아듣기는 하는 개구쟁이는 불똥을 피하는 것이 제일 신경 쓰인다. 그래서 먼발치에서 대장장이의 손놀림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개구쟁이는 어느새 대장간 문 앞까지 가더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문설주에 기대서서는 넋을 잃고 대장장이와 일꾼들의 동작에 눈알을 굴린다.
화덕에서 피어오르는 불이 풀무질하는 아저씨의 몸놀림에 맞추어 피어오른다. 팔을 뻗었다가 당겼다. 하는 장단에 맞추어 불꽃이 피어오르기도 하고 잦아들기도 하는데, 입으로 불어서만 바람을 내는 줄 알고 있던 개구쟁이는 입도 들이대지 않고 부채도 놀리지 않는데 바람은 웬 바람인가. 이걸 모르는 것이 답답해서, 터져 있는 입을 열어 묻지 않을 수 없다. 바쁜 일꾼들은 이를 어떻게 장황하게 설명한단 말인가.
개구쟁이가 알아들을 수도 없거니와 그들의 입만 아플 것이 뻔한데. ‘사람이 들어가 앉았다’라는, 한 마디 더는 물어볼 수 없는 대답이 나왔다. 그러나 개구쟁이의 생각으론 속고 있는 것만 같은지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더는 물을 수 없다. 아주 든든하게 못 박은 풍 구 원리에 더 이상을 말 붙이지 못하고 만다.
쇳덩어리를 떡 주무르듯이, 마음대로 하는 대장장이의 신묘한 재주를 보는 데는 이미 익숙해진 개구쟁이는 저 안쪽의 바람을 일으키는 풍 구에 온통 관심이 쏠려서 그것 말곤 아무것도 흥미가 없다.
그대로 집으로 돌아온 개구쟁이는 할머니를 졸라 대지만 할머닌들 어떻게 설명하느냐 말이다. 그날 할머니는 다락 위의 엿을 여느 날보다 많이 내렸고 할머니의 오전 일과는 개구쟁이를 달래는 일에만 보냈다.
노란 병아리를 이끌고 푸성귀도 뜯고 벌레도 가리고, 세상 살아가는 이치를 가르치는 햇닭의 병아리 세상 나기의 긴 수학여행을 돕느라고 봄날의 오후는 길게 늘어졌다.
소나무 숲의 넓은 공터는 절름발이 아저씨가 개구쟁이 동네의 소달구지 바퀴의 망가진 쇠테를 불에 달궈서, 두들겨서, 나무 바퀴 틀에 맞추는 아저씨의 두 번째 일터이다.
깎고 다듬고 파고 훑는 일터는 학교 앞 신작로 건너 아저씨네 집이다. 개구쟁이의 긴 여행이 그날 오후에는 절름발이 아저씨의 소나무 숲의 두 번째 일터로 되었다.
병아리 나들이를 돕는 봄날의 긴 해는 개구쟁이들의 갈지자걸음과 동네 집집의 들 안의 온갖 볼거리를 훑고 있음에도 알뜰히 함께 늘려 주었기에 해 걸음에 그곳에 다다랐다.
절름발이 아저씨는 모든 일을 혼자 하시고, 불편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민첩하게 처리하신다. 잘 됐는지 안 됐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일감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되는 것이다.
개구쟁이들의 눈이 닿는 곳은 그들의 키를 훨씬 넘는 달구지 바퀴를 어떻게 만들었으며 그 테는 어떻게 둘러쳐지는가? 다.
넓적한 돌들을 수레바퀴 쇠테의 바닥에 깔고 그 둘레에 장작을 두르고 그 위에 볏짚을 덧덮어 두르고 불을 붙여 달구는데 여기엔 웬, 풍구와 풍수가 없다. 그대로 달구어질 만큼 장작을 펴 놓아야 할 것 같은데, 그 분량을 절름발이 아저씨만이 알뿐이다. 그래서 모든 일을 혼자 하는지는 몰라도, 연장인 큰 망치며 나무로 짠 바퀴며 그 둘레를 뺑뺑 도는 움직임이며 하나같이 보통 사람은 흉내를 낼 수 없을 만치 재고 날쌔다.
작업이 끝난 다음 연장을 챙기는 절름발이 아저씨께 개구쟁이가 물음을 던졌다. ‘풍 구는 왜 안 쓰는 거예요?’ 절름발이 아저씨는 대답 대신 빤히 개구쟁이들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씽긋 웃었다. 개구쟁이의 마음은 비었다. 어찌하여 저 절름발이 아저씨는 저 힘든 일을 하실까. 저 일을 누구에게서 배웠을까.
병아리들은 암탉을 따라서 이미 닭장 안으로 돌아갔을 것이고 그들의 세상살이를 많이 배웠을 것이다. 개구쟁이의 호주머니는 비었어도 해는 땅거미가 진다.
개구쟁이였던 나, 지금은 호주머니가 텅 비어있어도 주어 넣을 생각이 영 없다. 주워 담을 물건도 없다./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