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

외통인생 2008. 6. 1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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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0.001030 대장간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고 흥미롭다. 노는 재미보다 세상 흥미에 사로잡혀서 잠조차도 설쳐대는 개구쟁이는 오늘도 다름없이 새로운 볼거리를 찾아서 나섰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180도 × 왼쪽으로 180도× 아래위로 180도 × 세시와 아홉시 방향으로 180도 × 한시와 일곱 시 방향으로 180도 × 두시와 여덟시 방향으로 180도 × 네 시와 열시 방향으로 180도 × 다섯 시와 열한시 방향으로 180도 × 열두시일분과 여섯시 일분 방향으로 180도ㆍㆍㆍ, × 눈망울과 시선 각도도 목의 각도에 각각 제곱하여ㆍㆍㆍ, = (답은) ! @ # $ % ^ & * | ~ +_ , 가히 고차원의 세계를, 개구쟁이의 갈망은 끝이 없다.

 

그러나 눈에 드는 것은 파란 하늘과 땅위에 늘어선 초라한 초가집들이 고작이다. 눈에 들어오는 것만을 보고 생각하고 꾸역꾸역 담아 쟁여 나간다.

 

늘 보는 몇 가지의 일이 일상인 것인데도 불구하고 더는 찾을 수 없는, 시골의 단조로운 풍물을 세상 밖을 나가 보지 못한 개구쟁이가 그 까닭을 알 리야 있는가.

 

땅바닥의 쇠붙이란 쇠붙이는 모조리 주어서 호주머니가 터지거나 말거나 불룩하게 넣어 개구쟁이 저만 아는 곳, 굴뚝 옆의 빈 개밥통에 담아 놓는다. 다람쥐의 보물창고도 물품의 가지 수로는 개구쟁이의 것에 훨씬 못 미칠 것이다.

 

오늘은 아침나절이니 개구쟁이의 호주머니는 비어있고 아직 걸음걸이는 홀가분하다.

 

대장간의 하루는 아침부터 분주하고 시끄럽지만 쇠붙이가 온갖 물건으로 둔갑하고, 모든 연모가 여기서 다듬어지고, 새로 갈리고 벼려지는 곳이니 개구쟁이의 기호에 들어맞는 볼거리다.

 

대장간은 모든 것이 불로 되어있어서 불똥을 피해야 하고 쇠붙이를 밟지 말아야 하며 어른들 일을 방해하지 말아야하며, 욀 수도 없는 갖가지 훈계를 다짐받고 풀려나오는 터에 할머니의 말씀을 외면할 수는 없다.

 

할머니의 말귀를 알아듣기는 하는 개구쟁이는 불똥을 피하는 것이 제일 신경 쓰인다. 그래서 먼발치에서 대장장이의 손놀림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개구쟁이는 어느새 대장간 문 앞까지 가더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문설주에 기대서서 넋을 잃고 대장장이와 일꾼들의 동작에 눈알을 굴린다.

 

 

화덕에서 피어오르는 불은 풍구의 풀매 나들이와 풍구장의 앞뒤 몸놀림에 맞추어서, 팔을 뻗었다 당겼다하는 장단에 맞추어, 불꽃이 피어오르기도 하고 잦아들기도 하는데, 입으로 불어서만 바람을 내는 줄 알고 있는 개구쟁이는 입도 들이대지 않고 부채도 놀리지 않는데 바람은 웬 바람인가? 이걸 모르는 것이 답답해서, 터져 있는 입을 열어 묻지 않을 수 없다. 바쁜 일꾼들은 이를 어떻게 장황하게 설명한단 말인가.

 

개구쟁이가 알아들을 수도 없거니와 그들의 입만 아플 것이 뻔한데. ‘사람이 들어가 앉았다’는, 간단하고 더는 물어볼 수 없는, 명답임에 틀림없는 대답이 나왔다. 그러나 개구쟁이의 생각으로는 속고 있는 것만 같은지,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더는 물을 수 없다. 아주 든든하게 못 박은 풍구 원리에 더 이상을 말 붙이지 못하고 만다.

 

쇠 덩어리를 떡 주무르듯이, 마음대로 하는 대장장이의 신묘한 재주를 보는 데는 이미 익숙해진 개구쟁이는 저 안쪽의 바람을 일으키는 풍구에 온통 관심이 쏠려서 그 것 말고는 아무것도 흥미가 없다.

 

그대로 집으로 돌아온 개구쟁이는 할머니를 졸라대지만 할머닌들 어떻게 설명하느냐 말이다. 그날 할머니는 다락 위의 엿을 여느 날 보다 많이 내렸고 할머니의 오전일과는 개구쟁이를 달래는 일에만 보내셨다.

 

노란 병아리를 이끌고 푸성귀도 뜯고 벌레도 가리고, 세상 살아가는 이치를 가르치는 햇닭의 병아리 세상 나기의 긴 수학여행을 돕느라고 봄날의 오후는 길게 늘어졌다.

 

* * *

 

소나무 숲의 넓은 공터는 절름발이 아저씨가 개구쟁이네 동네의 고장 난 소달구지바퀴의 테를 불에 달궈서, 두들겨서, 나무 바퀴 틀에 맞추는 아저씨의 두 번째 일터이다.

 

깎고 다듬고 파고 훑는 일터는 학교앞길 건너 아저씨네 집이다. 개구쟁이의 긴 여행이 그 날 오후에는 절름발이 아저씨의 소나무 숲의 두 번째 일터로 되었다.

 

병아리 나들이를 돕는 봄날의 긴 해는 개구쟁이들의 갈지자걸음과 동네 집집의 들안의 온갖 볼거리를 훑고 있음에도 알뜰히 함께 늘려 주었기에 해 걸음에 그곳에 다다랐다.

 

절름발이 아저씨는 모든 일을 혼자 하시고, 불편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민첩하게 처리하신다. 잘 됐는지 안 됐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일감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되는 것이다.

 

개구쟁이들의 눈이 닿는 곳은 그들의 키를 훨씬 넘는 달구지 바퀴를 어떻게 만들었으며 그 테는 어떻게 둘러 쳐지는가? 하는 것이다.

 

넓적한 돌들을 테의 바닥에 깔고 그 둘레에 장작을 두르고 그 위에 볏짚을 덧덮어 두르고 불을 붙여서 달구는데 여기엔 웬, 풍구가 없다. 그대로 달구어질 만큼 장작을 놓아야 될 것 같은데 그 분량을 절름발이 아저씨만이 알뿐이다. 그래서 모든 일을 혼자 하는지는 몰라도 연장인 큰 망치며 나무로 짠 바퀴며 그 둘레를 뺑뺑 돌아 움직임이며 하나같이 보통사람은 흉내를 낼 수 없을 만치 빠르고 날쌔다.

 

작업이 끝난 다음 연장을 챙기는 절름발이 아저씨께 개구쟁이가 물음을 던졌다. 풍구는 왜 안 쓰는 것 이예요. 절름발이 아저씨는 대답대신 빤히 개구쟁이들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씽긋 웃었다. 개구쟁이의 마음은 비었다. 어찌하여 저 절름발이 아저씨는 저 힘든 일을 하실까. 저 일을 누구에게서 배웠을까.

 

병아리들은 암탉을 따라서 이미 닭장 안으로 돌아갔을 것이고 그들의 세상살이를 많이 배웠을 것이다. 개구쟁이의 호주머니는 비었어도 날은 에누리 없이 땅거미가 진다.

 

개구쟁이였던 나, 지금은 호주머니가 텅 비어있어도 주어 넣을 생각이 영 없다. 주어 담을 물건도 없다. /외통-

 

 

열의는 성실의 특성이며,

그것이 없이는 진리가 승리하지 못한다.(벌워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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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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