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외통궤적 2008. 8. 1. 21:11

글 찾기 ( 아래 목록 크릭 또는 왼쪽 분류목록 클릭)

외통궤적 외통인생 외통넋두리 외통프리즘 외통묵상 외통나들이 외통논어
외통인생론노트 외통역인생론 시두례 글두레 고사성어 탈무드 질병과 건강
생로병사비밀 회화그림 사진그래픽 조각조형 음악소리 자연경관 자연현상
영상종합 마술요술 연예체육 사적跡蹟迹 일반자료 생활 컴퓨터
3179.011129 대구

확실한 것은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고, 또 장정이 되기엔 신체적으로 미숙하지만 이미 인민군대의 경험이 있고 삼 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을 심신의 고질(痼疾)없이 집단생활을 해 냈다는 것이다. 이를 믿고 다시 한국군대에 입대하려는 것인데, 격려하며 돌보아줄 사람 없는 나는 손잡이 없는 부삽처럼 구석에 처박혀 버려질 것 같아서 걱정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할 뿐이다. 뚫린 틈을 비집고 빠져나가는 국수틀 속의 반죽 같이 내 선택의 여지는 달리 없다. 그래서 담담하게 집결지인 의령경찰서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동료들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정곡지서에서 트럭에 올랐고, 트럭은 계속 달리고 있다. 트럭이 설 때마다 먼지를 뒤집어쓰며 몇 명씩의 동료 입대자가 탄다. ‘의령군내의 집집에 박혀있던 동료의 수는 몇 인지 알 수 없다. 오는 족족 태우다가 트럭의 적재함이 차니 동쪽으로 머리를 틀어서 어디론가 간다. 내가 탄 트럭도 경찰서에 도착할 무렵에는 이미 가득히 차서 바로 대구로 가고 있다.

 

푸른 사과가 잎을 따돌리고 햇볕을 받아 저마다 반짝이며 끝 간 데 없이 이어지는 사과나무숲을 빠지면서, 책에 실리도록 이름난 사과의 고장, 능금의 도시를 비로써 관조(觀照)한다. 그 이름 대구’.

 

 삼 년 전 이 도시의 어딘가를 밤중에 통과하여 역에서 화차에 실려 부산으로 내려갔던 죽음의 공포 포로, 올빼미 이동을 되새기면서, 밤과 낮의 명암을 한 도시와 같은 역구내에서 처음 체험하는 내 역정(歷程)의 한 획이다. 가슴이 고동치는 흥분이 일렁인다. 전번은 포로의 몸으로 대구 역 홈을 밟았고 이번은 자유인의 몸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를 다하려 같은 홈을 밟는다. 역 건물과 철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으련만 나는 온전히 다른 객으로 변하였다.

 

 무수히 많은 밤하늘의 별들에 호소하며 빌던 그 때의 별빛이 오늘 작열하는 태양의 광명으로 되돌아 왔으니 나를 돌보는 천체의 보살핌에 감사할  따름이다. 고향의 부모 형제들의 염원이 나의 염원과 함께 하늘에 닿아 발현되는가보다. /외통-



'외통궤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번호  (0) 2008.08.06
  (0) 2008.08.06
입대  (0) 2008.08.01
기피자  (0) 2008.08.01
석곡리  (0) 2008.08.01
Posted by 외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