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넋두리 2008. 11. 1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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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2.060410 벽

 

마른하늘에 날벼락! 우리 부부에게 아직 이토록 충격적인 소식은 없었다. 악성종양? 말이 순하여 혹이지 쉬운 말로 암이란 소리가 아닌가?

 

해마다 해온 종합검진이다. 검진 받는 동안에 한 번도 함께 하지 못했지만 검진을 마치는 날은 헐레벌떡 집으로 달려와서 숨을 고르지 못한 채 서서, 전화로 아려주었던 아내의 '이상 없음'의 반가운 소식을 확인하는 때마다 날아갈듯 기뻤는데, 금년의 종합검진은 유난히 여러 날을, 실랑이하듯 끌고 있더니만 이런 날벼락을 맞았다. 진단첫날부터 이제까지의 사정을 찬찬히 털어놓는 아내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지고 있다. 백지장이다.

 

아내가 연례적으로 다니는 병원, 우리나라에서는 손꼽힌다는 그 병원을 나는 이때까지 믿어왔다. 그런데 어째서 느닷없이 들어 닥친 병마란 말인가? 병원은 어째서 잡고 있던 병집의 고리를 제때에 낚아채지 못했으며 여러 해 동안 방치했단 말인가? 하라는 대로 다 하고도 위내시경을 거부하는 아내의 철없는 짓에 병원은 왜 순순히 응했는지를 이해 할 수 없다. 아내의 내시경검사 기피가 한 해 두 해가 아니었음에도 무슨 연유로 속 거북한 증상과 머리 아픈 증상의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서 그냥 돌려보냈는지 알 수가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환자가 어느 정도의 검사 과정을 거치면 이 환자는 검사를 받는 목적이 검사 시기와는 상관없이, 어떤 방법이건 상관하지 않고 병의 원인을 알고 싶어 한다는, 환자의 심리도 함께 진단하여 그 환자의 욕구에 상응하는 인술을 베풀어야함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피상적 요구에 대책 없이 응하는 그 의료 서비스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비를 가릴 겨를이 없다. 내겐 어느 경우보다 우선하여 아내의 병과 그 증상을 정확히 알고 처신해야하는 절박한 처지이다. 그래서 병원을 찾았다.

 

담당의사는 내가 아내의 보호자임을 확인하고 나서 정색하며 작은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위 내시경으로 찍은 아내의 위 안쪽의 사진이었다.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동그란 위벽 위쪽에는 여느 곳의 연분홍색과 달리 검푸른 색의 불거진 부분의 드러나 있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순간 이 사진이 아내의 사진이 아니길, 의사의 실수가 있었기를 바라는 엉뚱한 생각마저 스쳤다. 그리고 간절히 빌었다. 그러나 나의 절박한 심정에서의 바람일 뿐 엄연한 사실이었다. 수술을 하면 이년 반 생존 할 수 있고 수술하지 않으면 육 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는 의사의 말에 전신의 피가 빠지면서 기가 끊어지고 오그라든다. 정신을 차리고서도 내 귀를 의심하며 되물었으나 의사는 냉정하게 되뇌었다. 수술하면 이년 반, 수술하지 않으면 육 개월. 다시 되물을 수 없도록 옹벽을 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을 받아들고 발길을 돌렸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전개다. 어째서 이런 일이 우리 부부에게 닥친단 말인가? 내 기괴한 삶의 여정에 또 한 가지 더해지는 운명 지어진 한 매듭의 보탬인가? 나는 머리가 혼미해진다. 다시 기운이 쭉 빠졌다. 병원 밖으로 나와서는 언덕길가의 바위에 기대어 하늘을 올려보았다.

 

위 속의 검푸른 혹이 하늘 가득히 커져갔다. 나는 하늘을 향해 해를 향해 한숨을 불어 올렸다. 온몸은 바닥으로 깊이깊이 갈아 앉아 파묻히고 있다.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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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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