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견서

외통넋두리 2008. 11. 1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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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견서



6710.060521 소견서

 

얼굴에 근심이 가득 배어있다. 아직은 남은 돌다리를 마저 건너야 죽음의 길로 들어서든지 삶의 길을 이어가든지 할 수가 있다. 피할 수 없이 건너야하는 돌다리, 한 발짝 한 발짝 디딤돌이다. 이 돌다리를 꼭 딛고 건너가야 한다. 되돌아 갈수 없는 삶의 외길에 닥친 돌다리를 건너는 시간이다. 서있을 수는 없다. 떠밀림의 인생이다.

 

아내의 심경을 읽는 나는 가슴이 미어지고 숨이 막힌다.

 

'이전 사진에서 보이던 조직 덩어리는 그 크기가 오늘 사진에서 약 4,5c로 증가하였다. 내부에는 사멸된 것으로 생각되는 낮은 밀도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는 전이(轉移) 임파(淋巴) 종양으로 생각됨. 이 덩어리는 사이즈가 커서 내부에 혈전(血栓)증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생각됨. 이 덩어리는 왼쪽 신장의 정맥이 IVC로 들어가는 부분을 압축하여 내강(內腔)을 좁히고 있으나 개방성은 유지되어 보임. 위(胃)의 접합면에 눈에 띄는 덩어리는 없어 보임.'소견서 내용이다.

 

아내는 희망과 절망이 교차되며 조여 오는 2년의 세월을 한 올 한 올 길게 늘여 떠서 살면서 밀도 있는 매듭을 나름으로 지으려고 애쓸 것이다. 그리고 그 삶에 대한 평가라도 받는 것처럼 초조하게 희비를 꼬아 틀어쥐고는 움츠리고 끌려 다닐 것이다. 그리고 그 심판을 받는 날에 또 새로운 정신적 아픔을 참고 견디어 내야 한다. 이 또한 건너야 할 돌다리다.

 

결과는 아내에게 알릴 수 없는 불안한 내용인 것이다. 그러기에 나만 새겨두고자 다짐한다. 세상의 짐을 아내 홀로 지는 이즈음의 처지에 그 짐을 나누어지고 가는 방법은 이 소견서의 내용을 알려주지 않는, 지극히 소극적인 방법 밖에는 찾아 낼 수 없는, 무력한 남편이 되어 이를 한탄하고 있다.

 

누구도 체험하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아내의 마음과 육신의 고통을 어떤 방법으로라도 덜어볼까 하지만 이것마저도 이룰 수 없는 유한한 인간임을 부르짖고 있음을 아무도 짐작하지 못한다.

 

아내는 현관문을 들어설 때까지 아무 말이 없었다. 말머리를 어떻게 끄집어 낼 수가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현관을 들어서며 입을 열었다.

 

뭐래요? 아내의 목소리가 들릴락 말락 했다.

 

좀 더 두고 봐야한대! 내 대답을 아내는 미리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에 대한 배려가 숨어있는 건성 물음을 나 또한 알고 있다.

 

이것이 현실에서 울부짖는 아내의 원성이고 또한 꿈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나의 탄식이다. 남의 세상 같은 우리내외의 현실이다.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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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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