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미사 봉헌 때 잠시. 병원에서 당신 홀로 앉아서 내가 지켜보고 신부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성체를 하는, 당신의 모습을 보았소. 눈물을 흘렸소.
돌아오는 길. 아파트 층층이 문은 닫혔지만, 환한 불빛으로 사람들의 인기척은 느낄 수 있었소. 그런데도 내가 가야 하는 방에는 아직은 어둡고 아무도 없고.
문득 깨친 것이 있네. 우리에게 따뜻한 햇볕이 필요한 때에 나뭇잎이 무성해서 햇빛이 들지 않는다면 얼마나 을씨년스러울까?
그러나 줄지어 늘어서 있는 갖가지 나무가 잎과 꽃을 내며 무성한 가지들이 어둡도록 녹음 짙던 잎은 다 떨어지고 하늘과 땅을 말끔하게 비운 듯, 훤히 트여서 햇빛을 마음껏 받아들이는 이 섭리, 오묘하고 신비한 하느님의 능력, 또 한 번 깨달았다.
간단하고 단순한 이 원리, 아니 모르면서 평생을 살았던 내가, 오늘 비로써 나뭇잎의 진리를 깨달았다. 나뭇잎은 이제 하늘을 가릴 것이다. 사람들은 그 그늘을 즐길 것이다. 지금은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지만.
하지만, 당신은 나와 무엇을 찾아 나설 것인가? 이제 나와 이승에서는 만날 수 없지 않은가! 그 많은 날을 녹음을 찾아서 동해안으로 지리산으로 가까이 남한산성으로, 집 옆 동산의 나무숲 사이를 훑어 지냈던 당신과 나와 나뭇잎과의 인연은 이승에서는 끊어지지 않았는가? 아쉽다. 억울하다. 분하다.
그러나 부활을 믿는 나는 극복하려 온 힘을 다한다. 그러니 염려 말고 편이 쉬구려! 거추장스러운 우리 육신을 벗어버리고 다시 만나는 날, 영광의 그날을 기다립시다. 간절히 기도하고 있소.
그래도 다시 울적해진다.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