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17.010318 진혼 2
아침미사 봉헌 때 잠시. 병원에서 당신 홀로 앉아서 내가 지켜보고 신부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체를 받아 모시는 당신의 모습을 보았소. 눈물을 흘렸소.
돌아오는 길. 아파트 층층이 문은 닫혔지만 환한 불빛으로 사람들의 인기척은 느낄 수 있었소. 그런데도 내가 가야하는 방에는 아직은 어둡고, 아무도 없고….
문득 깨달은 것이 있소. 우리에게 따뜻한 햇볕이 필요한 때에 나뭇잎이 무성해서 햇빛이 들지 않는다면 얼마나 을씨년스러울까? 그러나 줄지어 늘어서있는 갖가지나무가 잎과 꽃을 내며 무성하게자라고 그 가지들이 어둡도록 짙게 푸르더니만 마침내 잎은 다 떨어지고 하늘과 땅을 말끔하게 비우고, 훤히 트여 햇빛을 마음껏 받아들이도록 하는 섭리, 이 섭리. 오묘하고 신비한 하느님의 능력, 또 한 번 깨달았네요. 간단하고 단순한 이 이치, 아니 모르면서 평생을 살았던 내가, 오늘 비로써 나뭇잎의 진리를 깨달았네요. 나뭇잎은 이제 또 하늘을 가릴 것이지요. 그리고 사람들은 그 그늘을 즐길 것입니다. 지금은 앙상한 가지로만 남아 있지만.
허나 당신은 무엇을 찾아서 나와 함께 나설 것인가요? 이제 나와 이승에서는 만날 수 없지요? 당신이 아파하던 그 많은 날을 녹음을 찾아서 동해안으로 지리산으로 가까이 남한산성으로, 집 옆 동산의 나무숲사이를 훑어 지냈던 당신과 나와 나뭇잎과의 인연은 이승에서는 끊어지지 않았는가요? 아쉽다. 억울하다. 분하다. 그러나 부활을 믿는 나는 극복하려 혼신을 다합니다. 그러니 염려 말고 편이 쉬구려! 거추장스러운 내 육신을 벗어버리고 다시 만나는 날, 영광의 그 날을 기다립시다. 간절히 기도하고 있소.
그래도 다시 울적해진다. /외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