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외통인생 2009. 1. 1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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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줄 타기 같은 내 삶에서 잊히지 않는 수많은 사람, 그중에 깃털과 같이 가벼운 짐이지만 벗어버릴 수 없는, 짧은 시간의 이야기다.

아무도 보아주는 이 없는 혼자 줄타기, 손뼉을 치면서 부추기는 사람도 없고 떨어질 것 같아 눈을 감을 사람도 없다. 그렇다고 나를 지켜보는 감독이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있는 줄도 아니고 내가 스스로 맨 줄이기에 떨어지면 다시 시작하면 되련만 그렇게는 할 수가 없다. 그것은 스스로 약속 때문이다. 떨어지면 다시 매지 않을 약속, 그것은 아버지의 무언 가르침인 성실의 길이었다. 그래서 성실성의 본보기인 외줄을 타는 것이다.

이렇듯 떨어질 수 없는 한 번의 줄타기에서 내 줄 밑을 지나면서 내게 손짓을 한번하고 지나간 그 사람들을 난 잊을 수 없다.

유난히 하관이 길쭉한 얼굴에 서글서글한 눈이 마음을 평안하게 생면부지의 내게 커다란 손을 흔들어서 잠시 나를 힘이 나게 하던 시골의 지방공무원 그는 단순히 내가 손에 든 부챗살을 보고 줄에서 떨어지지 말라고 손을 앞으로 젖던 그 신사 그는 십 년 걸이로, 그것도 우연히 만나지만 난 늘 그를 바로 볼 수가 없다.

그 손짓이란 내가 내 갈 길을 떠날 때의 길목에서 몇 다리의 망을 거쳐서 그를 알게 된 일, 면사무소에서 심리나 더 산골짝을 거슬러 올라간 산골 마을의 집에서 잠시 밥 한 끼 얻어먹은 것과 그의 배려로 내 갈 길에서 잠시 주춤할 때 이렇게 잠시 시선을 맞추었을 뿐인 그를 내 기억에서 떨칠 수 없는 것은 그가 나를 줄타기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눈짓한 것이 전부이지만 그 눈짓이 나를 평안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내 긴 줄타기에서 그 일주일은 한 발짝도 안 되는 짧은 날이지만 그 시간을 초월한 잊을 수 없는 은혜의 그림자로 새겨진 그를 오늘 되새긴다.

살면서, 한 번도 내 마음에 만족할 만큼 마음을 그분에게 쓰지 못한 나, 바쁘다는 핑계의 내 변명에 발목 잡혀서 아직도 털어 버리지 못하는 그분, 이렇게 마음속으로 만나본다. 하긴 억만금을 싸 간들 줄타기의 내 삶을 되돌릴 수는 없다. 생각 같아서는 그때로 되돌려서 줄에서 내려 한 번 꾸뻑 인사라도 하고 다시 탈 수도 있으련만 이제는 아득히 흘러간 지난날, 나 그나마 잊히지 않는 내 마음이 그리로 날아갈 뿐이니 그것을 다듬는다.

아직은 우선해야 할 일이 쌓여 있어서 그 일을 차근차근히 풀어갈 양, 난 아직 줄 위에서 땅 위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부채질한다. 그 부채를 놓는 날이 아마 그분을 찾는 날이 될 것 같다. 그런 다음 내 마음 홀가분하게 술 한잔 대접하면서 지난날의 고마움을 털어놓고 하늘을 보리라.

아마도 그분은 까맣게 잊고 있을 것이다.

그는 다만 평지를 걸어가는 나에게 손을 흔들었을 뿐이다. 나 홀로 광대의 외줄을 타는, 그 줄이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는 나와 일가의 연고로 해서 손을 흔들었던 것, 그것은 필시 사슴을 포수로부터 보호해 준 나무꾼 시조의 피가 아직도 절절히 넘쳐흐르기 때문이다.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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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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