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글 두레 2010. 5. 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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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 딱딱하게 발기만 하는 문명에게

거대한 반죽 뻘은 큰 말씀이다

쉽게 만들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물컹물컹한 말씀이다

수천 수만 년 밤낮으로

조금 한 물 두 물 사리 한개끼 대개끼

소금물 다시 잡으며 반죽을 개고

또 개는 무엇을 만드는 법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함부로 만들지 않는 법을 펼쳐 보여주는

물컹물컹 깊은 말씀이다.

(함민복·시인, 1962-)




+ 참다운 문명

참다운 문명은

산을 파괴하지 않고

강을 파괴하지 않고

마을을 망치지 않고

사람을 죽이지 않아야 하리.

(다나카 쇼조·일본의 정치가,

1841-1913)


+ 문명은

우리는 문명이 생명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수도는 멸균되었지만 물맛을 잃었다.

형광등은 밝지만 세포를 파괴한다.

차는 빠르지만 걷기를 잃어버리게 만든다.

(야마오 산세이·일본 시인)

 


+ 참된 삶

북미의 백만장자가 되는 것보다 차라리,

문맹의 인디언이 되는 게 낫다.

(체 게바라·아르헨티나 출신의 사회주의 혁명가, 1928-1967)

 


+ 거인 아파트

우리 집 옆에 키가 40층이나 되는

거인 아파트가 들어섰습니다.

2층짜리 우리 집은

난쟁이처럼 작아졌습니다.

거인 아파트는 먹성이 얼마나 좋은지

햇볕을 꿀꺽꿀꺽 삼켜 버리고

바람도 후룩후룩 마셔 버립니다.

우리 집에는 이제

음지 식물만 키워야겠습니다.

(박승우·아동문학가)


+ 고기만 먹을 거야 -

난 야채 안 먹을 거야 고기만 먹을 거야 -

그러면 야채가 서운하지

상추가 밭에서 꿀꿀,

기어다닐지도 몰라 쑥갓이 꼬끼오,

목을 빼고 울면 어떡할래?

시금치 이파리에 소뿔이 돋는다구!

(안도현·시인, 1961-)

 


+ 도시와 시골

같은 비행기 소리라도

우리 마을에선 집이 흔들리며 시끄러운데

시골 할아버지 댁에선 풀 뽑다 말고

하늘을 쳐다보며 허리를 펴게 한다.

같은 자동차 소리라도

우리 마을에선 창문을 꼭 닫아걸고

소리를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데

시골 할아버지 댁에선 누가 오려나

자동차 소리를 기다린다.

(최갑순·아동문학가)

 


+ 신축 건물

철근 속에 둥지 튼 까치 신혼부부

까치는 이젠 더 이상 좋은 새가 아니다.

인간 근처에서 내몰린 까치 한 쌍이

4월 봄 예전엔 찬란했을 백제 궁궐터

왕궁에 함박눈발이 세차게 내린 날

엮어진 철근이 벌겋게 녹슬고

바람에 흔들려 위태로운 꼭대기에

새신랑 까치 나무줄기를 연신 나른다

먼 발치서 불안하게 지켜보던

새색시 까치 슬픈 눈하고

만삭 몸으로 둥지로 날아든다.,

내일 모레면 공구리칠 테고

쎄멘 속에 잠길 까치 신혼 둥지 속 아빠, 엄마

따사한 온기 속에 커가는 까치 알들이 슬프다.

(고영섭·시인, 1963-)


+ 마음의 방

방문을 열면

그 너른 들판이 펄럭이며 다가와

내 이야기를 듣는 벽이 된다.

그저 떠돌던 바람도

큰 귀를 열고 따라 들어온다.

커피물 끓는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노라면

나는 잊혀진 왕족처럼 적막한 고독감과 함께

잃을 뻔한 삶의 품위를 기억해낸다.

마음의 4분의 1은 외롭고

또 4분의 1은 가볍고

나머지는 모두 무채색의 따뜻함으로 차오른다.

두어 개 박힌 대못 위에

수건 한 장과 거울을 걸어두는 것

그리고 몇 자루의 필기구만으로

문명은 충분한 것임을 깨닫는다.

마음속이

작은 방만큼만 헐렁했으면

(김수우·시인, 부산 출생)

 

* 엮은이: 정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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