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편지

글 두레 2010. 8. 13.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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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편지


나뭇가지마다

작은 꽃망울들이 달린 봄날입니다.

두메산골 작은 마을에서 올라와

대학에 다니던 나는

한 달에 한번 꼴로 아버지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언제나 누런 종이를 반으로 갈라

연필로 꾹꾹 눌러쓴 편지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 됐습니다.

‘달호 보아라.’

그런데 그날은 뭔가 이상했습니다.

달호가 아니라

‘영숙아 보아라’

로 시작된 편지는

아버지가 여동생 영숙이한테 보낸

것이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겉봉투를 보니

‘최달호 앞’

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 아버지도 참…….”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봉투가 바뀐 거겠지 싶어

편지를 도로 넣으려던 나는 그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영숙아, 보아라,

네가 보내준 돈은 네 오빠 등록금으로 보냈다.

오빠도 고맙게 생각할 것이다.

초등학교만 겨우겨우 졸업하고

그길로 공장에 취직해 뼈아프게 일만 해 온

여동생 영숙이.

다음 날 나는

바뀐 편지를 들고 동생이 일하는

공장으로 찾아갔습니다.


반갑게 달려 나온 영숙이도

편지를 한 장 들고 왔습니다.

“오빠, 이거 땜에 왔지?”

“역시 그랬구나. 여기…….”


우리 남매는

바뀐 편지를 서로 바꾸었습니다.

동생이 받은 편지는

‘달호 보아라’로 시작됐습니다.

‘성적이 올랐더구나.

애비보다 영숙이가 더

기뻐할 것이다.

너는 돈 걱정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거라.’


“오빠, 많이 힘들지?”

편지를 다 읽고 난 동생이

마다하는 내 손에 한사코 용돈을 쥐어

주고 달아났습니다.

저만큼 멀어져 가는 영숙이는

내게 크게 외쳤습니다.

“맛있는 거 사먹어 가며 공부해.

오빠, 나 간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언제나 반쪽짜리 종이에

‘영숙아 보아라’로 시작되는 편지를

내게 보냈고 그때마다 우린

만나서 편지를 교환했습니다.


반쪽짜리 편지는

우리 남매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버지가 일부러 꾸민

작전이었던 것입니다.

-행복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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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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