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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편지
나뭇가지마다
작은 꽃망울들이 달린 봄날입니다.
두메산골 작은 마을에서 올라와
대학에 다니던 나는
한 달에 한번 꼴로 아버지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언제나 누런 종이를 반으로 갈라
연필로 꾹꾹 눌러쓴 편지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 됐습니다.
‘달호 보아라.’
그런데 그날은 뭔가 이상했습니다.
달호가 아니라
‘영숙아 보아라’
로 시작된 편지는
아버지가 여동생 영숙이한테 보낸
것이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겉봉투를 보니
‘최달호 앞’
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 아버지도 참…….”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봉투가 바뀐 거겠지 싶어
편지를 도로 넣으려던 나는 그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영숙아, 보아라,
네가 보내준 돈은 네 오빠 등록금으로 보냈다.
오빠도 고맙게 생각할 것이다.
초등학교만 겨우겨우 졸업하고
그길로 공장에 취직해 뼈아프게 일만 해 온
여동생 영숙이.
다음 날 나는
바뀐 편지를 들고 동생이 일하는
공장으로 찾아갔습니다.
반갑게 달려 나온 영숙이도
편지를 한 장 들고 왔습니다.
“오빠, 이거 땜에 왔지?”
“역시 그랬구나. 여기…….”
우리 남매는
바뀐 편지를 서로 바꾸었습니다.
동생이 받은 편지는
‘달호 보아라’로 시작됐습니다.
‘성적이 올랐더구나.
애비보다 영숙이가 더
기뻐할 것이다.
너는 돈 걱정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거라.’
“오빠, 많이 힘들지?”
편지를 다 읽고 난 동생이
마다하는 내 손에 한사코 용돈을 쥐어
주고 달아났습니다.
저만큼 멀어져 가는 영숙이는
내게 크게 외쳤습니다.
“맛있는 거 사먹어 가며 공부해.
오빠, 나 간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언제나 반쪽짜리 종이에
‘영숙아 보아라’로 시작되는 편지를
내게 보냈고 그때마다 우린
만나서 편지를 교환했습니다.
반쪽짜리 편지는
우리 남매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버지가 일부러 꾸민
작전이었던 것입니다.
-행복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