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은 노인을 일컫는 표현에 태배(鮐背)와 예치(鯢齒), 그리고 황발(黃髮)이 있다.
태배는 복어의 등인데 반점이 있다. 연세가 대단히 높은 노인은 등에 이 비슷한 반점이 생긴다고 한다. 이의현(李宜顯·1669~1745)은 만 70세 이후에 쓴 자신의 시를 모아 제목을 '태배록(鮐背錄)'이라고 붙였다. 세종 임금이 1439년 5월, 조말생(趙末生)에게 궤장(幾杖)을 하사하며, "아! 경은 몸을 편히 하고 힘을 북돋워 태배(鮐背)의 수명을 많이 늘이라"고 한 것도 이 뜻이다.
예치는 고래 이빨이다. 고래의 이빨은 세모난 송곳니 모양이다. 상노인이 이가 다 빠지고 오래되면 다시 뾰족하고 가는 이가 난다. 어린이의 이빨과 같다고 해서 아치(兒齒)라고도 한다. 이남규(李南珪·1855~1907)가 '동신선전(董神仙傳)'에서 "동신선은 짙은 머리가 흘러내려 이마를 덮었고, 아래윗니가 단단하고 뾰족해서 고래의 이빨과 같았다"고 묘사한 바 있다. 이른바 낙치부생(落齒復生)이라 하는 것이다.
황발은 희게 셌던 머리털이 다시 누렇게 변한 것을 말한다. 이제 다시 검어질 일만 남았으니, 인생의 한 사이클을 새로 시작할 준비를 마친 셈이다. 몸에 이런 변화가 일어나면 오래 장수할 조짐으로 여겼다.
1794년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곧 회갑의 경사를 맞게 되자, 경축하는 잔치를 크게 베풀었다. 그리고는 이를 기념하여 70세 이상의 관리와 80세가 넘은 백성 등에게 지위를 한 등급씩 올려주고, 100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숭정대부의 품계를 내렸다. 그해 정초부터 6월까지 전국적으로 조사하여, 벼슬을 받은 사람이 7만5100여 명이나 되었다. 이들의 나이를 모두 합하자 589만8210세였다.
정조는 이 7만여 명의 노인들이 은혜에 감격하여 자전(慈殿)을 축수(祝壽)한다면 그 기쁨이 과연 어떻겠느냐면서, "예치가 조정에 가득하고 학발이 들판을 뒤덮은(鯢齒盈廷, 鶴髮蔽野)" 성대의 장관을 회복해보자고 했다. 국가에 그 상서로운 기운이 가득 퍼지기를 염원해, 그 전후사연을 정리해 '인서록(人瑞錄)'이란 책자를 펴내기까지 했다. 임금의 거룩한 효심에 감격해 온 백성이 환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