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원매(袁枚)가 "속시품(續詩品)"'저아(著我)'에서 이렇게 말했다.
"옛사람을 안 배우면 볼 만한 게 하나 없고, 옛사람과 똑같으면 어디에도 내가 없다. 옛날에도 있던 글자, 하는 말은 다 새롭네. 옛것 토해 새것 마심, 그리해야 않겠는가? 맹자는 공자 배우고, 공자는 주공 배웠어도, 세 사람의 문장은 서로 같지 않았다네.(不學古人, 法無一可. 竟似古人, 何處著我. 字字古有, 言言古無. 吐古吸新, 其庶幾乎. 孟學孔子, 孔學周公, 三人文章, 頗不相同.)"
정신이 번쩍 든다. 제 말 하자고 글을 쓰면서 옛사람 흉내만 내면, 끝내 앵무새 소리, 원숭이 재간이 되고 만다. 덮어놓고 제소리만 해대면 글이 해괴해진다. 글자는 옛날에도 있었지만, 그 글자를 가지고 글을 써서 옛날에 없던 글이 나와야 좋은 글이다.
묵은 것은 토해내고 새 기운을 들이마셔야 제 말 제소리가 나온다. 주공에서 공자가 나왔고, 공자를 배워 맹자가 섰다. 배운 자취가 분명하나 드러난 결과는 판이하다. 잘 배운다는 것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연암 박지원이 이 말을 받아 말했다. "왜 비슷해지려고 하는가? 비슷함을 구함은 진짜가 아니다. 세상에서는 서로 같은 것을 '꼭 닮았다'고 하고, 분간이 어려운 것을 '진짜 같다'고 한다. 진짜 같다거나 꼭 닮았다는 말에는 가짜이고 다르다는 뜻이 담겨 있다.(夫何求乎似也, 求似者非眞也. 天下之所謂相同者, 必稱酷肖. 難辨者亦曰逼眞. 夫語眞語肖之際, 假與異在其中矣.)" 비슷한 가짜 말고 나만의 진짜를 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녹천관집서(綠天館集序)'에 나온다.
법은 옛것 속에 다 들어 있다. 있는 법에서 없는 나, 새로운 나, 나만의 나를 끌어내야 진짜다. 같아지려면 같게 해서는 안 된다.
똑같이 해서는 똑같이 될 수가 없다. 다르게 해야 같아진다. 똑같이 하면 다르게 된다. 같은 것은 가짜고, 달라야만 진짜다.
그런데 그 다름이 달라지려 해서 달라진 것이 아니라 같아지기 위해 달라진 것이라야 한다. 옛 정신을 내 안에 녹여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면 무엇을 해도 새롭게 된다. 그러지 않으면 허무맹랑하고 황당무계한 것을 새롭다고 착각하는 수가 있다. 이 분간을 세우자고 우리는 오늘도 공부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