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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 듯 말 듯 꽃이 필 듯 말 듯 해마다 3월 21일은 파밭의 흙 한 줌 찍어다가 내가 처음으로 시를 쓰는 날입니다 밤과 낮의 길이가 똑같다구요? 모든 이에게 골고루 사랑을 나누어주는 봄 햇살 엄마가 되고 싶다고 춘분처럼 밤낮 길이 똑같아서 공평한 세상의 누이가 되고 싶다고 일기에 썼습니다 아직 겨울이 숨어 있는 꽃샘바람에 설레며 피어나는 내 마음의 춘란 한 송이 오늘따라 은은하고 어여쁩니다.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