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일기 1
"엄마, 나야. 문 열어줘"
어느 날 해질녘
수녀원 옆집에서 들려오는
소녀의 고운 목소리
그 옛날
골목길에 들어서면
파란 대문 앞에서
내가 했던 그 소리
어둠 속의 그 말이
하도 정겨워서
울컥 치미는 그리움
어린 시절 동무들은
엄마를 거쳐
이젠 할머니도 되었는데
난 한평생
누구에게도 엄마 한 번 되지 못하고
철없는 아이로만 살았구나
어린 꽃에게 나무에게라도
가만히 엄마라고 불러달라까?
감옥에서 나더러
엄마가 되어달라는 소년의 글엔
아직 답을 못하겠다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