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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추 잎차
아홉 번 덖은 네가 붙들고 있는 울음
울음의 빛깔을 나는 알지 못했다
아니다, 비비추 비비추
물색없이 물드는 걸
아홉 번 덖은 네가 붙들고 있는 웃음
웃음의 둘레와 나는 외려 충돌했다
달리던 시간도
털썩 주저앉아 놀다 가는 걸
갑자기 부딪치니
눈이 아팠고 생각이 아팠다
품는 것은 처음 본다
품고서 연초록 경전 같은
詩 한 편 낳는 걸 /고은희
비비추~, 발음도 잎사귀도 노래 같은 비비추. 독특한 이름은 잎이 비비 꼬듯 나오는 데서 비롯됐을까. 선연한 잎맥이 가지런하니 타원의 둥근 초록 잎은 때때로 꽃보다 곱다. 그런데 그 잎으로 차도 만든다니 어느 뒤란에 두고 온 이름만 같아 다시 불러본다.
'아홉 번 덖은 네가 붙들고' 있다는 '울음'과 '웃음'. 차는 여러 번 덖는데 비비추에서 유독 울음의 빛깔과 웃음의 둘레를 본 것은 '물색없이 물드는 걸' 늦게 안 탓일까. 아니 '비비추'가 울려주는 율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詩 한 편 낳는' 것도 다 호명(呼名)에서 비롯되듯! 시보다 더 '연초록 경전 같은' 비비추 앞에서 눈과 입을 씻는다. 비비추~.// 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