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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번도 숨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날 내가 흰 깃을 치며 무인도로 날아 버린 시인 같은 물새였을 때 뽕잎을 갉아 먹고 긴 잠에 취해 버린 꿈꾸는 누에였을 때 해초 내음 즐기며 모래 속에 웅크린 바다빛 껍질의 조개였을 때 깊은 가슴 속으로 향을 피우던 수 백 만개의 햇살 찬란한 당신 앞엔 눈 못 뜨는 나 부르시는 그 사랑을 듣게 하소서 무량의 바다 위에 두 팔을 벌리고 소리치는 태양이여 당신에겐 순명하여 피리 부는 바람 춤추는 파도로 뛰어가게 하소서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