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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물집 터진 여린 생각
너는 간다 봄바람아
고운 잇몸 드러내며
까무러친 해안선
너도 가거라
돌아보지 마라
가서는 오지 말거라
/강지원
봄날은 간다, 또. 언제나 그랬듯 올봄도 그예 간다. 때 이른 더위 속이건만 아직 봄으로 부르고 싶은 오월도 마지막 굽이. 가는 봄을 늘 아쉬워하는 것은 짧기 때문일까, 인생의 '화양연화' 같은 꽃철이라 더 그럴까. 노래 '봄날은 간다'가 시인들 사이에 거듭 불려나오는 것도 '연분홍 치마' 봄날의 짧은 휘날림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집 터진 여린 생각'도 이제 모두 '봄바람'에 실어 보내야 할 때. 그런데 '고운 잇몸 드러내며 까무러친 해안선'이라니! 파도들 하얗게 부서지는 절묘한 감각 따라 너도 가라. '가서는 오지 말거라.' 참 단호하다. 하지만 '가거라', '돌아보지 마라' 강한 어조에서 왠지 복잡한 심경이 짚인다. 부탁인지 협박인지 짐짓 무장한 듯 강한 표현에 속내가 더 보인다.
가라고 하지만 실은 가라는 게 아닐지도! 하지만 반어(反語)인들 갈 봄이 아니 가리오. 그러니 가되, 내년에는 더 눈부신 꽃봄으로 오시라.//정수자 시조시인/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