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고백
부끄럽지만
나는 아직 안구 기증
장기 기증을 못 했어요
죽으면 아무 느낌도 없어
상관이 없을 텐데
누군가 칼을 들어
나의 눈알을 빼고
장기를 도려내는 일이
미리부터 슬프고
끔찍하게 생각되거든요
죽어서라도
많은 이의 목숨을 구하는
좋은 기회를 놓쳐선 안 되겠지만
선뜻 나서지를 못하겠어요
‘나는 살고 싶다' 고
어느 날 도마 위에서
나를 올려다보던
생선 한 마리의
그 측은한 눈빛이
잊으려 해도
자꾸 나를 따라다니는
요즘이에요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