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탁은 못의 운명이다. 어딘가에 박혀야 제 노릇을 하는 못. 무기처럼 단련된 채 박히길 기다린다. 뾰족한 끝과 망치를 받아낼 머리도 못질 끝에 거듭나는 것이다. 그럴 때는 대못이나 나무못보다 쇠못이 제격이다.
'무의탁 못'이 우리 주변의 '무의탁' 삶들을 일깨운다. '폐자재 서까래' 속의 못도 의탁이 끝나고 버려진 생. 한때 누군가의 집을 어엿이 받든 '대못'도 다 쓰이고 나니 '잿불 속에 파묻힐' 일만 남은 게다. '수습할 식구도 없이' 내쳐진 땔감 속의 '뒤틀린' 못에 '노숙'이 겹친다. 독거 노인의 고독사도 스친다.
봄꽃 다 지는 사이 홀로 뒤척이다 저무는 이가 많다. 그런 세간에 대못을 치는 것도 빼는 것도 사람의 일이다. 큰 못에 옷을 걸었듯, 우리는 부모·형제에게 마음을 걸고 왔다. 든든한 대못 보며 뭉클 젖는 가정의 달 오월…//. 정수자 시조시인 /조선일보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 만,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